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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잡이새와 소통하던 인간, ‘공존의 언어’를 잃다

18.09.2026 1분 읽기

남아프리카에 사는 ‘큰벌꿀길잡이새’는 독특한 울음소리로 사람을 벌집까지 이끈다. 사람이 꿀을 가져가면 남은 밀랍은 새가 먹는다. 새를 따라가면 꿀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나중엔 이 새를 부를 소리까지 터득했다. 서로 다른 두 종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정교한 협력 관계다.

진화생태학자 롭 던은 신간 ‘공생의 언어’에서 이런 관계를 ‘상리공생’이라는 개념으로 들여다본다. 서로 다른 종이 관계를 맺으며 양쪽 모두 이익을 얻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수많은 생물과 이런 관계를 맺어왔다. 발효를 통해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효모부터 인간의 사냥을 도운 개, 식량이 돼준 곡물과 가축까지 인간의 역사는 다른 종과 주고받으며 살아온 역사다.

특히 기후가 급격하게 변할 때는 어김없이 새로운 협력 관계가 등장했다. 약 1만5000년 전 기온이 상승하던 시기 인간과 개의 관계가 깊어졌고, 이후 정착생활이 시작되면서 밀·보리·호밀의 조상 격인 곡물을 길렀다. 인간의 시각에서는 곡물을 ‘길들인’ 것이지만 곡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만든 환경을 이용해 자신의 영역을 넓힌 셈이다.

문명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자연에 덜 의존해도 된다는 착각을 낳기도 했다. 인공 비료를 대량 생산하는 하버-보슈법은 식량 생산을 비약적으로 늘렸고 자연 비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인간이 쓰고 남은 과도한 영양분이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면서 생태계의 순환을 흔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인간은 여전히 수천 종의 상리공생 파트너에게 의존하면서도 마치 지구에서 특별하고 우월한 종인 것처럼 자연을 대한다. 이에 대한 자연의 경고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네팔·티베트 접경 히말라야에서는 거대한 빙하 일부가 무너지면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자연의 불균형은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간은 흰긴수염고래나 순록이끼, 개미보다 더 특별하지도, 덜 중요하지도 않은 하나의 종일 뿐이다. 수십억, 나아가 수조에 이르는 생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저자는 그것이 다른 종과 다시 상리공생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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