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343억 원대 구상금 소송 첫 재판에서 비용 부담 범위를 두고 맞섰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SK케미칼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응한 비용만 계약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구광현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애경산업이 SK케미칼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9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부담한 비용을 제조사인 SK케미칼이 보전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총 343억 341만 9887원이다.
이날 양측은 2002년 10월 체결한 제조물책임(PL) 계약에 따라 SK케미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의 범위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조·공급한 원액 결함과 관련해 제기된 민사·형사 등 여러 소송과 절차에 대응하면서 지불한 비용 전부가 계약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애경산업 측은 “원액의 결함으로 사고나 소송이 발생하면 피고가 관련 비용을 전부 부담하기로 했다”며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뒤 여러 소송과 절차에 대응하면서 지출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SK케미칼은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응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계약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형사재판 등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발생한 모든 비용을 대신 내기로 한 계약은 아니라는 취지다.
SK케미칼 측은 “계약의 문언과 체결 경위를 보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방어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를 두고 애경산업은 계약 관련 문서에 ‘청구·소송 등’이라고 규정돼 있어 민사소송 비용으로만 한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SK케미칼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응한 비용이 계약상 부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애경산업이 청구한 343억 원 가운데 어떤 항목이 계약 대상인지 등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애경산업에 343억 원의 세부 지출 내역을 정리하도록 했다. SK케미칼에도 각 비용을 인정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번 소송은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 등 피해를 입은 이른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비롯됐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원액을 제조·제공했고, 애경산업은 이를 이용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양사는 제조물책임 계약을 체결한 뒤 2002년부터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해왔다.
이후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공식 확인되면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피해자 43명이 추가로 인정되면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누적 6080명으로 늘었다.
다음 변론기일은 11월 12일 오후 3시로 지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