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튀김 부스러기가 비행기를 띄우는 연료가 된다. 음식물쓰레기로 처리되던 튀김 찌꺼기에서 기름을 뽑아 지속가능항공유(SAF) 원료로 활용하는 실증 사업이 추진된다.
튀김 부스러기서 기름 뽑는다…내년 SAF 1% 의무화
1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순환경제 분야 ‘기획형 규제특례(규제 샌드박스)’ 과제 3건을 수행할 사업자를 16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모집한다. 가장 눈에 띄는 과제는 ‘SAF 원료 공급원 다각화’다.
현재 튀김 부스러기는 음식물류폐기물로 분류돼 ‘석유화학제품 또는 석유 대체 연료의 원료물질’로 재활용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규제특례를 통해 사업자가 튀김 부스러기를 수거·관리하고 여기서 유분을 추출·정제해 SAF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실증하도록 할 계획이다. 실증 결과를 토대로 폐기물 분류번호와 재활용 가능 유형을 새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가 규제까지 풀어 새로운 원료를 찾는 것은 SAF 수요가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는 SAF를 1% 혼합해 급유해야 한다. 혼합 비율은 2030년 3~5%, 2035년에는 7~10%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SAF는 폐식용유와 동식물성 유지,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 만드는 항공연료다. 현재 시장에서는 폐식용유 기반 제품이 주류지만 세계 각국이 SAF 도입을 확대하면서 원료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옥수수 등 곡물에서 추출한 바이오에탄올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연료 생산이 식량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버려지던 튀김 부스러기까지 새로운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부산물·폐배터리도 ‘광물 창고’로
이번 공모에는 산업 현장에서 버려지는 폐자원에서 핵심 광물을 회수하는 과제도 포함됐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한 뒤 버려지는 실리콘과 타겟 등이 대표적이다. 타겟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얇은 금속막을 입히는 공정에 쓰이는 소재로, 폐기물에도 규소와 알루미늄, 구리, 티타늄, 텅스텐 등 핵심 광물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관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데다 현행 규정상 허가받은 업체가 정해진 방식으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해 새로운 회수 기술을 적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정부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실증 기간 규제특례를 부여한 뒤 재활용 과정의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검증하고, 향후 순환자원으로 관리하기 위한 용도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폐배터리와 태양광 폐패널에서 핵심 광물을 회수하는 사업도 대상이다. 자원 회수 기술을 갖고 있지만 현행 재활용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거나 적용할 기준 자체가 없어 사업화하지 못했던 기업에 실증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관련 폐자원 시장은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70조원에서 2040년 230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태양광 폐패널 역시 2027년 2645t에서 2032년 9632t으로 약 3.6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순환경제 규제특례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일정 기간과 장소·규모에 한해 기존 규제 적용 없이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실증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 관련 규제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한다. 2024년 1월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63건의 과제에 특례가 부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