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가 테슬라의 인공지능(AI) 칩 공급을 위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시제품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테일러 팹은 11월쯤 본격 가동 예정이었으나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칩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시제품 생산을 앞당겨 수율 검증을 시작한 것이다. 연말까지 양산 검증을 마치고 내년부터 제품을 본격 공급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은 최근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반 웨이퍼 생산을 시작하며 AI5칩 시제품 생산 단계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공장의 일부 라인에서 내년부터 테슬라에 공급할 AI5칩을 생산하며 최종 양산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4일 현지에서 테일러 공장 장비 반입식을 개최한 뒤 생산설비 구축에 속도를 내왔다. 이어 7월 13일에는 반도체 설계를 실제 웨이퍼 제조 단계로 넘기는 ‘테이프아웃(Tape-Out)’에 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급증하는 AI 칩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시제품 생산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선단 공정(2~4나노)을 담당하는 화성과 평택캠퍼스의 파운드리 라인이 꽉차면서 테일러 공장의 제품 생산 일정에 속도를 높인 것이다.
테일러 공장의 조기 가동을 이끈 핵심 고객사는 자율주행차와 AI 데이터센터,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확대하며 대규모 AI 칩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테슬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할 핵심 제품은 테슬라의 차세대 AI5 칩이다.
AI5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모델Y를 비롯해 로보택시 ‘사이버캡’,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AI 데이터센터 등 테슬라가 추진하는 주요 AI 사업에 폭넓게 활용될 핵심 반도체로 꼽힌다.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과 로봇,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반도체 수요도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주행 중인 사이버캡 내부 모습. 출처=테슬라 유튜브
이에 삼성전자는 당초 연말로 예상됐던 테일러 공장의 본격 가동 시점을 앞당기고 테슬라용 2나노 웨이퍼 공급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시제품 생산을 기점으로 테일러 공장이 빠르게 양산 체제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쯤에는 수율 검증을 마치고 테슬라에 AI5칩을 공급할 수 있는 최종 양산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본격 가동과 함께 올 연말 착공을 목표로 테일러 2공장 건설 준비에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2030년께 가동이 예상되는 2공장에 차세대 1.4나노 공정이 도입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테일러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반격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AI 반도체 주문이 몰리면서 첨단공정 생산능력 상당 부분이 소진된 상황이다. 고객사가 원하는 물량을 원하는 시기에 모두 생산하기 어려워지면서 삼성전자가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 틈을 활용해 테슬라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동시에 추가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테일러 공장을 미국 내 첨단 파운드리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키워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시장에서 TSMC와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테일러 공장 확장은 글로벌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SMIC와의 격차를 다시 벌리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SMIC는 중국 내 반도체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5.9%, SMIC가 5.4%로 양사의 격차는 0.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SMIC의 추격까지 따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 S3·V1 라인을 중심으로 극자외선(EUV) 기반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 테일러 공장도 2나노 이하 공정의 핵심 전진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테일러 공장이 테슬라의 대규모 주문을 확보한 만큼 가동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흑자전환 시점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확보한 대형 고객사를 계속 붙잡아 두려면 테일러 공장을 빠르게 풀캐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후속 증설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