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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지나도, 한여름에도 주문 폭주”…사계절 성수기 맞은 K뷰티

15.09.2026 1분 읽기

K뷰티 열풍에 화장품 시장의 성수기와 비수기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통상 연말과 봄철에 집중됐던 생산·판매가 연초와 한여름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사계절 내내 성수기에 가까운 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K뷰티가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소비 지역과 품목이 다양해진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연말 지나도 생산량 안 꺾여…1분기가 4분기 추월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사 코스맥스의 올해 1분기 생산량은 약 1억 7247만 개로 지난해 4분기(1억 4875만 개)의 116% 수준을 기록했다. 연말 특수가 반영되는 4분기보다 이듬해 1분기 생산량이 더 많았다. 2022년엔 1분기 생산량이 전년 4분기의 91% 수준에 그쳤다. 연말 성수기가 지나면 이듬해 초 생산량이 감소하는 전형적인 계절성이 나타난 셈이다. 업계에선 연말 선물 수요와 보습 제품 수요가 집중되는 11~12월의 4분기와 상반기 신제품 생산이 본격화되는 2분기가 주요 성수기로 꼽힌다.

생산뿐 아니라 판매 측면에서도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옅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25억 6008만 달러(약 3조 4402억 원)로 지난해 4분기(24억 1695만 달러) 대비 5.9% 많았다. 지난해 1분기 수출액이 전년 4분기의 91.1%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연말 이후 판매가 둔화되는 패턴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름이 더 바쁘다”…7월 생산·수출 나란히 연중 최대

특히 계절성이 가장 뚜렷했던 여름철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보습·수분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신제품 생산도 상대적으로 적어 7월을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았지만, 최근에는 생산량이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올해 7월 생산량은 약 8622만 개로 2021년 7월(2890만 개)의 약 3배에 달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연간 생산량 순위에서 각각 5위와 8위였던 7월 생산량은 2023년 처음 1위로 올라선 뒤 지난해 2위, 올해 다시 1위를 기록했다. 올해 6월과 7월 생산량을 합치면 1억6344만 개로, 2021년 한 해 전체 생산량(3억2911만 개)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해외 판매에서도 7월의 존재감이 커졌다. 올해 7월 화장품 수출액은 10억 9719만 달러(약 1조 4769억 원)로 월간 기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7월 수출액은 5억 3974만 달러로 연간 11위에 그쳤지만 2024년 6억 8471만 달러로 8위, 지난해 8억 540만 달러로 4위까지 상승했다.

기업서도 흔들리는 성수기·비수기 공식

개별 기업 실적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난다. 에이피알의 지난해 3분기(7~9월) 화장품·뷰티 부문 매출은 2723억 원으로 2분기(2271억 원)보다 19.9% 많았다. 2023년에는 2분기 매출(1026억 원)이 3분기(1013억 원)를 소폭 웃돌았지만 2024년부터는 3분기 매출이 2분기를 앞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비수기 매출의 증가를 넘어 계절에 따라 수요가 몰리던 화장품 시장의 흐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과거에는 2분기 매출이 3분기를 웃도는 등 전형적인 성수기·비수기 구분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3분기에도 매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2023년에는 2분기 매출이 9454억 원으로 3분기(8888억 원)보다 많았던 반면 지난해에는 3분기 매출이 1조 170억 원으로 2분기(1조 50억 원)를 넘어섰다.

선케어도 ‘여름 한철’ 옛말…제품군 세분화도 한몫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K뷰티의 해외 수요가 커진 것과 함께 소비자가 찾는 제품의 종류가 많아진 점이 꼽힌다. 피부 고민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세분화된 제품이 늘면서 특정 계절에 수요가 집중되는 상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케어가 대표적이다. 한때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소비되는 계절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사계절 사용하는 기초 제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생산량의 월별 편차가 줄고 있다. 코스맥스 선케어 제품군의 매출 최고월과 최저월의 격차는 2021년 6.6배에서 2022년 5.1배, 2023년 2.4배, 2024년 2.0배로 낮아졌다. 올해는 1.6배까지 떨어졌다. 최고 매출월과 최저 매출월의 격차가 4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제품군 자체가 다양해지면서 특정 계절에 생산과 판매가 몰리는 현상도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생산 품목 수도 2022년 12만7656개에서 지난해 14만5360개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K뷰티의 해외 시장 확대가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여름철인 시기가 북반구와 계절이 다른 해외 시장에서는 겨울 상품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등 판매 지역이 넓어질수록 계절에 따른 수요 편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절별 대표 상품에 따라 생산과 판매량의 차이가 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품목에 대한 수요가 연중 이어지면서 성수기와 비수기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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