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의 ‘수수료 0원’ 경쟁이 시장 판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한 코인원과 디지털엑스의 점유율이 이달 들어 두 배 안팎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업비트의 점유율은 견고한 반면 빗썸이 30% 아래로 하락하면서 수수료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가상화폐 정보 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가운데 코인원의 점유율은 8월 평균 2.72%에서 이달 들어 5.9%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디지털엑스도 0.55%에서 1.06%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업비트와 빗썸이 시장의 97% 이상을 장악하면서 3%대에 머물렀던 두 거래소의 합산 점유율도 한 달 새 약 7%로 확대됐다.
특히 코인원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코인원 점유율은 이달 6일 7.14%를 기록한 데 이어 8일에는 8.94%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최근 1주일간 6~9%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수수료 무료화 이전 3% 안팎에 머물던 점유율이 반짝 상승에 그치지 않고 두 배 이상의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두 거래소의 점유율 상승은 지난달 말 잇달아 꺼내 든 ‘수수료 0원’ 카드와 연결돼 있다. 미래에셋그룹에 인수된 디지털엑스가 지난달 24일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1년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한국투자증권의 투자를 받은 코인원도 불과 이틀 뒤 전 종목 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하며 맞불을 놓았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의 약진과 동시에 빗썸의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빗썸의 점유율은 8월 34.28%에서 이달 29.31%로 4.97%포인트 하락해 30% 아래로 내려왔다. 반면 업비트는 같은 기간 62.43%에서 63.72%로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수수료 무료 경쟁에 따른 여파가 지금까지는 빗썸에 집중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와 빗썸 이용자의 특성 차이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빗썸은 그동안 업계 최저 수준의 거래 수수료와 각종 할인·프로모션을 앞세워 거래 비용에 민감한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았다. 코인원과 디지털엑스가 무료화에 나서기 전까지 빗썸은 이용자가 할인 혜택을 신청할 경우 거래 수수료가 0.04%로 5대 거래소 가운데 최저 수준이었다.
반면 업비트는 국내 최대 거래소로서 풍부한 유동성 자체가 강점으로 꼽힌다. 거래 체결 가능성과 유동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는 수수료 차이가 생기더라도 다른 거래소로 옮길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을 우선하는 투자자들은 업비트를 선택하는 반면 수수료에 민감한 투자자들은 빗썸을 많이 이용해왔다”며 “코인원과 디지털엑스가 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하면서 이 같은 투자자들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빗썸 역시 과거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점유율 상승 효과를 직접 경험한 거래소다. 빗썸은 2023년 10월 전 종목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한 뒤 약 4개월간 정책을 유지했다. 무료화 이전 10%대에 머물던 점유율은 이후 30%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시 약 4개월간 상당한 점유율 상승 효과를 본 빗썸의 입장에서 코인원과 디지털엑스가 수수료 무료화를 1년 이상 지속한다면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