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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사로잡을 K-파워 간다…美 전력난에 수출길 활짝

14.09.2026 1분 읽기

한국 전력 장비와 부품 업계가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건설 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대폭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전력 기자재가 부족해지면서 한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력 인프라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 기업의 수출 판로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미 전력기자재 사절단은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현지 시간) 미국을 방문한다. 14일부터 15일까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일대, 16일부터 18일까지 댈러스 지역을 찾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실리콘밸리·댈러스 무역관, 한국전력(015760) 공사,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협력으로 진행되는 이번 방문 동안 전력기기·변압기·배전, 스마트그리드 진단·친환경 솔루션 분야의 한국 기업 12개사와 현지 에너지·기자재 바이어 50여개사가 참여한다. 지난해 국내기업 10개사, 미국 바이어 12개사가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커졌다.

전력기자재 제조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기업과 현지 주요 전력·에너지 기업과 사업 협력을 지원하는 행사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전력기자재 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눈 에너지(Noon Energy), RTS 일렉트릭 퍼시픽(RTS Electronic Pacific) 등 현지 주요 에너지·기자재 바이어들과 한국 12개 참가기업 간 1대 1 상담이 진행된다.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는 AI 인프라 서밋에도 참석해 미국 최대 전력회사 PG&E를 비롯해 현지 전력 기업과 현장 만남도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댈러스 지역만 방문했지만 올해부터는 실리콘밸리 지역도 방문 지역에 추가됐다. 텍사스가 에너지 산업 중심지로 꼽히지만 AI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와의 연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AI 기업들이 에너지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전력 업계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협력할 필요성도 커졌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컴퓨팅 인프라 투자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7000억 달러(940조 6600억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중소형 AI 인프라 기업까지 합하면 투자 규모가 수조 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AI 인프라를 뒷받침할 전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같은 반도체를 확보하더라도 AI 칩과 메모리를 구동시킬 전기가 모자란다는 의미다. 전기를 충분히 생산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원전·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장이 시급한데 여기서도 병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조사 기관 우드 맥켄지가 지난 4월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장비 시장은 2025년 200억 달러에서 2030년 650억 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때문이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2026년 24GW(기가와트)에서 2030년 110GW로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력 수요 증가분의 68%가 데이터센터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초대형 시설에서 패드마운트 변압기는 2025년 1573대에서 2030년 9395대로, 배전반은 5111대에서 3만500대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전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가스터빈용 핵심 부품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 엑스에서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각각 연간 10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여전히 태양광 발전을 보완하기 위해 천연가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천연가스 터빈 생산의 병목은 블레이드와 베인 주조 공정”이라며 “스페이스X에서 자체적으로 주조 공정을 진행하면 천연가스 터빈의 가동 시기를 최대 18개월 앞당길 수 있다. 이는 판도를 완전히 바꿀 획기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가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을 예방하기 위해 가스발전소 주요 부품인 블레이드와 베인을 자체 생산할 채비에 나선 것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앞서 스페이스X가 텍사스주 바스트롭에 대형 가스터빈용 블레이드·베인 주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최근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소 신설이 잇따르고 있다. 가스를 연소시켜 발생하는 열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면 발전기가 돌아가며 전기가 생산된다. 터빈에서 핵심 부품이 블레이드와 베인이다. 블레이드는 회전하는 날개이고, 베인은 가스터빈 중심축과 블레이드 사이에 고정된 날개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터빈 날개는 초고온을 견뎌야 하는 핵심 부품으로 4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어 터빈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립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터빈 부족으로 전력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SB에너지는 미국 오하이오주 파이크카운티에 오픈AI를 위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SB에너지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330억 달러 규모의 9.2GW급 가스 발전소도 건설하기로 했지만 터빈 확보가 관건이다.

대표적 기업인 GE버노바의 대형 터빈 주문량은 2030년까지 모두 소진된 상태다.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프로젝트 연구소인 클린뷰의 마이클 토마스는 닛케이아시아리뷰에 “불확실한 점은 장비 조달에 있다”며 “오늘 주문해도 대기 순서에서 밀려 터빈 인도는 2031년에서 2033년 사이에나 가능하고, 설치에도 1~2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크크런치는 전력 인프라 부품 공급 부족으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전력망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데이터센터 옆에 자체 가스 발전소를 짓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력 인프라 부족이 한국 기자재 제조사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KOTRA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산 변압기 수입 비중은 2020년 5.2%에서 2024년 17.3%로 급등했다. 미국 중형 변압기 ‘HS 8504.22(HS 코드: 8504.22)’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변압기는 데이터센터 옥외 변전설비 및 캠퍼스 경계 배전 지점 등에 주로 활용된다. 지난해 수출촉진회에 참가한 한 구매담당자는 KOTRA 댈러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산 제품은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베트남이나 인도 등 신흥국들이 부상하고 있지만 품질이나 납기, 전반적인 대응 측면을 보면 한국산이 여전히 좋은 선택지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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