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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눈 돌린 K-반도체…‘성능 경쟁’ 넘어 ‘고객 확보전’

12.09.2026 1분 읽기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산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내 실증과 성능 검증을 넘어 해외에서 실제 고객과 사용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퓨리오사AI가 유럽 데이터센터에 수천 장 규모의 NPU 공급을 추진하는 데 이어 아시아·태평양(APAC) 영업 거점을 신설했고 딥엑스와 모빌린트도 미국·중국·일본·유럽 등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 중심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국산 NPU의 다음 승부처가 ‘해외 레퍼런스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최근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 ‘퓨리오사AI 싱가포르’를 설립했다. 싱가포르 법인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APAC 지역의 사업개발과 영업, 기술지원을 담당한다. 기업과 정부,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 인프라 기업 등을 대상으로 2세대 NPU ‘RNGD(레니게이드)’의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본사와 미국 실리콘밸리, 포르투갈 리스본에 이어 아시아에도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해외 거점 확대는 RNGD가 양산과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데 따른 행보다. 퓨리오사AI는 올 1월 RNGD 양산을 시작해 TSMC와 에이수스로부터 4000개의 초도 물량을 인도받았다. 현재 삼성SDS와 LG AI연구원 등이 RNGD를 사용하고 있으며 삼성SDS는 7월 RNGD 기반 서비스형 NPU(NPUaaS)를 출시했다. 퓨리오사AI는 싱가포르 법인 설립 목적에 대해서도 초기 평가 단계의 고객을 실제 상용 서비스 도입으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대규모 공급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미국 AI 인프라 기업 I/ONX HPC,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사 벨록스와 스웨덴 스톡홀름에 15㎿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한다. I/ONX는 2027년 초 가동을 목표로 하는 1단계에 RNGD 1800장을 배치하고 후속 확장 단계에서 7000장 이상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퓨리오사AI는 RNGD와 드라이버, 소프트웨어 스택 등을 공급한다. 앞서 7월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퀴닉스 LS2 데이터센터에 RNGD 서버 설치를 시작해 유럽 기업들이 현지에서 직접 성능과 사용성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딥엑스도 해외에서 실제 주문을 늘리고 있다. 딥엑스에 따르면 ‘DX-M1’은 올 7월 말까지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중국, 유럽, 대만, 일본 등 10여 개 국가·지역에서 총 77건, 1300만 달러 이상의 상업용 구매주문(PO)을 확보했다. 적용 분야도 로봇과 스마트팩토리·제조자동화, 의료, 영상감시·보안 등 8개 산업으로 확대됐다.

모빌린트는 최근 AI 시스템온칩(SoC) ‘레귤러스’의 양산 체계를 갖추고 국내외 공급을 본격화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독일, 대만, 일본 등으로 납품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NPU 단품뿐 아니라 시스템온모듈(SOM), 싱글보드컴퓨터(SBC), USB형 가속기 등 다양한 형태로 제품을 공급해 제조·리테일·보안 등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리벨리온도 데이터센터용 NPU ‘리벨100’을 앞세워 해외 상용 레퍼런스 확보를 추진한다. 리벨리온은 2027년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리벨100 초도 양산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아직 공급 전 단계지만 품질 테스트를 넘어 실제 양산 제품을 해외 고객에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판로 확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산 NPU 기업들이 해외 판로 확보에 힘을 싣는 것은 반도체 성능만으로는 엔비디아가 구축한 글로벌 생태계를 뚫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AI 가속기를 도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 이력, 소프트웨어 호환성, 공급 능력과 기술지원 등을 함께 따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하나의 상용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또 다른 고객을 유치하는 ‘레퍼런스’가 되는 구조다.

실제 국내 NPU 기업들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해외 진출의 핵심 과제로 실사용 레퍼런스 확보를 꼽았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실제 AI 서비스를 구동시키고 있다는 레퍼런스가 해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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