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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밤을 경제성장 축으로 키워야”

12.09.2026 1분 읽기

부산의 야간관광을 단순히 야경을 보고 돌아가는 관광에서 벗어나 밤에도 사람이 머물고 소비하는 ‘야간경제(Night-Time Economy·NTE)’로 키워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광안리와 해운대 등 기존 야간관광 자원을 개별 콘텐츠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상권·문화·안전을 하나로 연결해 부산의 밤 자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2일 부산연구원의 ‘야간경제 정책사례를 통한 부산 야간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시의 야간경제 정책을 분석하고 부산형 모델로 소비와 시민 삶, 자연환경 보호의 균형점을 찾는 ‘부산, 도넛 관광(Busan, Doughnut Tourism)’을 제시했다. 부산은 광안리·해운대·영도 등 풍부한 야간관광 자원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야경 감상과 개별 행사 중심으로 운영돼 관광객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거나 장시간 머물게 할 연결 장치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야간경제는 단순히 심야 유흥산업을 지칭하는 협소한 의미를 넘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의 활동을 포괄하는 경제 생태계를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야간을 이미 하나의 경제 영역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음식점과 쇼핑, 문화·예술, 관광은 물론 교통과 의료까지 다양한 활동을 야간경제로 묶는다. 2022년 영국 야간경제의 소비지출은 1365억 파운드(약 244조 원), 야간 시간대 고용은 약 208만 명에 달했다. 런던은 이를 단순히 가게 영업시간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문화와 관광, 교통, 안전을 결합한 도시전략으로 발전시켰다.

부산연구원이 제시한 ‘부산 타임(Busan Time)’도 같은 방향이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보다 부산에서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야간관광 자원과 상업지역을 기능에 따라 구분하고, 주요 거점을 교통으로 연결해 하나의 야간 동선을 만드는 방식이다. 감천문화마을이나 흰여울문화마을처럼 주민 생활과 관광이 맞물린 곳은 생활권을 보호하고, 상업 중심지는 늦은 시간까지 활동할 수 있도록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교통은 특히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밤에 관광지를 찾더라도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없다면 체류와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런던의 나이트버스 사례처럼 부산도 야간관광 거점을 연결하는 ‘나이트버스’를 시범 운영하고 이용 수요를 분석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 상권과 연결하는 전략도 내놨다. 야간시장을 단순한 먹거리 행사가 아니라 지역 상인과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수익이 지역으로 환원되는 구조로 만들고, 부산 곳곳의 야간 행사와 교통 정보를 하나로 보여주는 ‘나이트 지도’도 구축하자는 것이다. 관광객이 ‘어디서 무엇을 할지’를 쉽게 찾도록 해 자연스럽게 체류와 소비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지역 상권과 직접 연결되는 야간마켓도 주요 방안이다. 단순히 먹거리와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며, 다회용기 보증금제 등을 도입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주민이 야간마켓의 안전관리에도 참여하고 비용을 지원받는 구조도 제시됐다.

다만 ‘더 밝고 더 늦게’가 능사는 아니다. 연구진은 야간관광 확대에 따른 빛 공해와 소음, 오버투어리즘, 탄소 배출 문제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산은 해안과 자연생태계가 인접한 만큼 과도한 조명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다대포와 기장 등 자연환경이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지역에 ‘다크 스카이 파크(Dark Sky Park)’를 조성하고 별빛 보호구역과 그린 야경구역 등을 설정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연구진은 야간경제를 전담하는 ‘야간시장(Night Mayor)’을 두고 행정·상인·주민 간 갈등을 조정하는 한편 야간관광 관련 사업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봤다. 성과 역시 방문객 수에만 매달리지 않고 체류 시간과 소비액, 지역경제 효과, 시민 만족도, 환경 영향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뒷받침할 재원으로는 가칭 ‘야간경제기금’을 제안했다. 중앙정부와 부산시, 민간협의체가 공동으로 재원을 마련해 야간관광 인프라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위기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부산의 밤을 바꾸는 것은 결국 관광 콘텐츠 하나를 더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밤에도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라는 의미다. 부산연구원은 “야간관광은 도시 인프라와 서비스 등 모든 분야와 연결돼야 활성화할 수 있다”며 “야간관광을 넘어 야간경제, 나아가 24시간 도시로 도약하는 정책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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