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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 안돼”…曺, 대법관 제청 정면돌파하나

11.09.2026 1분 읽기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제12회 법원의 날’ 기념행사에서 ‘정치권·외부 세력으로부터 법원의 독립’을 다시 강조한 것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대법관 추천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정치권과의 갈등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로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 제청을 요구하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리는 선택을 하면 청와대·민주당과 사법부가 다시 한번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의 날 행사에서 “헌법상 독립된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이 공식 행사에서 ‘정치권력’이나 ‘다른 국가기관’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법원의 날 행사에서 조 대법원장은 당시 정치권과의 갈등에도 “사법부가 헌신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고만 했다. 통상 조 대법원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재판의 독립’ 수준의 메시지를 내는 정도에 그친다.

지난달 28일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손봉기 부장판사 대법관 제청을 양측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올 3월 퇴임한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이 7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최우선 후보는 손 부장판사가 아닌 김 고법판사로 알려졌는데 조 대법원장은 김 고법판사의 남편이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이유로 이해충돌 문제가 있어 손 부장판사를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한 가운데 조 대법원장은 입장 발표를 다소 늦추고 장고에 들어갔다. 당초 조 대법원장은 이달 첫째 주께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부친상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검토가 다소 늦어졌다. 최근 조 대법원장은 학계나 법조계 의견 청취를 시작하면서 입장 발표는 더 늦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은 입장을 빨리 발표하는 것보다 학계 등 여러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달 16~19일에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도 있어 공식 입장 발표는 추석 전후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조 대법원장이 쥐고 있는 카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청와대가 반려한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존 후보자 3명 중 1명을 다시 제청하는 방안이다. 둘째, 기존 후보군을 백지화하고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려 전면에서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는 강수다. 법조계는 이해충돌 우려가 명백한 김 고법판사를 조 대법원장이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날 ‘정치권력 간섭 배제’를 선언한 만큼 새 후보추천위를 구성해 정면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새로운 후보추천위를 꾸리면 청와대와 여권은 조 대법원장 탄핵을 포함해 사법부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대법관후보추천위 제도 개편도 추진하며 관련 법 개정 검토도 진행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권에서 현재 내놓은 사법개혁안을 또다시 강행하려 한다면 실질적으로는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정치적 압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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