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CJ ENM 취업준비 콘서트’가 열린 강의실은 100명이 넘는 청년들로 빼곡했다. 대형 화면에 방송 제작 현장과 공연 무대가 등장하자 청년들은 노트북과 수첩에 쉴 새 없이 내용을 받아 적었다. 휴대폰으로 발표 자료를 촬영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상담 순서를 기다리거나 서로 취업 정보를 나누는 청년들이 자리를 지켰다.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직접 고용센터를 찾은 청년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정부의 취업·훈련 지원 제도는 많지만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찾으려면 여러 사이트와 기관을 직접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 기획 분야로 재취업을 준비하며 이날 콘서트를 찾은 서 모(29) 씨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지만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친구들에게 알려주면 ‘이런 게 있었느냐’며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나에게 어떤 제도가 맞는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첫 취업자 중심의 지원 체계에 대해서도 “요즘은 이직이 잦고 경력직 구직자도 많은 만큼 이직자나 재취업자를 위한 지원도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약 5년간 소셜벤처 법인을 운영한 최 모(27) 씨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경기 동탄에서 서울고용센터까지 찾아왔다. 거주지 인근보다 서울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낫다는 지인의 추천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최 씨는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약 800만 원 규모의 인공지능 전환(AX) 제조 교육을 받고 있지만 한 번의 선택으로 지원 한도의 상당 부분을 소진해야 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선택하다 보니 이후 다른 과정으로 바꾸기도 어렵다”며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많지만 제대로 된 맞춤형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한다는 느낌도 든다”고 전했다.
첫 취업을 준비 중인 서울의 한 대학생 김 모(22) 씨는 정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더라도 어학이나 자격증 준비에 필요한 정보와 비용은 개인이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자격증이나 어학 준비에는 따로 돈이 들고 어떤 자격증이 취업에 필요한지도 일일이 찾아보거나 선배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노동시장의 변화 속도에 비해 고용서비스의 혁신이 더디다고 진단한다. 이직과 전직이 일상화되고 산업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지만 구직자가 자신의 경력과 역량에 맞는 지원 제도를 한눈에 파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995년 고용보험 도입 이후 30년 만에 전국 102개 고용센터의 기능 재편에 착수했다. 반복적인 행정 업무는 인공지능(AI)에 맡기고 구직자에 대한 심층 상담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센터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개인별 맞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만의 AI 고용센터’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 1개 센터에서 시범 운영하는 단계여서 전국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기관에 흩어진 경력·자격·교육·훈련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고용24 통합경력증명서’ 서비스도 올 7월에야 첫선을 보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플랫폼 노동과 이직·창업이 수시로 교차하는 시대에는 직장 소속과 관계없이 개인에게 복지와 훈련 혜택이 누적·연동되는 ‘휴대 가능한 복지(Portable Benefits)’ 계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사양 산업에서 성장 산업으로 이동할 때 필요한 초단기 교육과정과 훈련 수당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AI 디지털 종합 안전망’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