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가 자율주행 부품기업의 실증과 사업화를 돕기 위해 신설한 사업 예산이 내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요기업 분석이 부실하고 성과 관리에도 허점이 있다는 게 예산당국의 평가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부의 ‘실도로 인프라 연계 자율주행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 사업 예산은 올해 30억 300만 원에서 내년 15억 4100만 원으로 48.7% 삭감됐다. 지난해 16억 6000만 원으로 신규 편성된 뒤 올해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내년에는 사업 첫 해보다도 작아진다.
이 사업은 기존 도로 주행 인프라를 활용해 자율주행 부품·서비스 기업의 기술을 실제 도로에서 시험·검증하고 사업화까지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율주행 핵심부품 연구개발(R&D)을 넘어 기업의 실증·상용화까지 지원 영역을 넓히려는 취지였다. 평가단도 사업 필요성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올해 첫 평가부터 수요기업 분석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혜기업의 업종과 보유 기술, 참여 의사와 기술 역량 등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고 지원 우선순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기업 간 협력을 위한 협의체 역시 기존 수혜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 그쳤다.
후속 투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산업부는 2027년부터 네트워크·분석시스템과 실제 도로 주행데이터 생성에 추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평가단은 실제 기업 수요에 맞는 인프라인지, 사업 종료 뒤에도 활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고 봤다. 수요와 활용 방안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인프라 투자부터 확대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성과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산업부는 장비 가동률과 수혜기업 만족도 등의 성과를 제시했지만 평가단은 사업 첫해 관련 장비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실적과 이번 사업 자체의 성과도 뒤섞였다고 봤다. 평가단은 “관련 장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성과가 어떻게 창출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평가단의 비판은 해당 사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자율주행을 포함한 산업부 미래차 사업들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참여기관 간 역할 분담과 성과 확산이 미흡하다고 봤다. 개별 사업을 합쳐도 자동차 산업의 지능화·디지털 전환이라는 상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율주행 산업을 뒷받침해야 할 산업부가 정작 정부의 육성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자율주행 투자를 대폭 늘리고 실증차량을 올해 200대에서 30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