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이후 지켜야 하는 항공 좌석 공급 의무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정위 심사관이 모두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삭제한 대한항공 직원 3명에 대해서는 대한항공과 함께 검찰 고발 의견을 냈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심사관은 대한항공과 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가 낸 청주∼제주 노선의 좌석 공급 의무 완화 신청과 2026년 전체 대상 노선의 좌석 공급 의무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신청에 대해 각각 기각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앞서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따라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총 40개 노선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좌석을 공급하도록 하는 조치를 부과했다. 연간 좌석 공급량을 2019년의 90% 아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최근 환율 및 유가 상승, 중동 전쟁 등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며 조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항공사들은 먼저 청주∼제주 노선에 대해서는 2019년 공급 좌석의 70%만 유지해도 의무를 지킨 것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심사관은 좌석 공급 의무를 바꿀 정도의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정위가 기업결합 관련 시정조치를 최종 확정한 2024년 12월 24일 이후 의무 이행을 어렵게 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발생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심사관 판단이다.
항공사들은 또 중동전쟁이 발발한 2026년에는 시정조치가 적용되는 전체 노선의 좌석 공급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달라는 요구도 냈다.
이에 대해서도 심사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공권 발권 자료 등을 토대로 노선별 수요를 분석한 결과 중동전쟁 이후 전체 대상 노선에서 공통적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이와 별개로 대한항공의 조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올해 2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현장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직원 3명이 2월 2일부터 4일까지 조사 대상과 관련된 업무용 컴퓨터 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심사관은 이를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행위로 보고 대한항공과 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공정거래법은 자료 은닉·삭제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날 나온 내용은 공정위의 최종 처분이 아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으로, 심사관의 의견이 담긴 문서다. 심사보고서가 발송되면 피심인에게 의견 제출과 증거 열람·복사, 진술 기회를 준 뒤 공정위 전원회의가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
아울러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시정조치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계속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심사보고서를 수령한 뒤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측은 “조사방해 행위가 없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며 “향후 시정조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