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 의 항공화물 장기계약 비중이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가사이클을 맞은 메모리칩 초호황에 반도체 장기공급계약(LTA)이 확산하자 안정적으로 수출 물량을 운송하려는 수요가 함께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특수로 맞은 대한항공의 항공화물 사업 호황이 중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항공화물 장기계약 비중이 최근 30% 수준까지 확대됐다. 기존 장기 계약 비중은 10% 미만에서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반도체 LTA에 팹 건설 수요까지 잡는다
화물사업의 장기 계약은 기본적으로 화물기의 일정 부분에 화주의 우선 탑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삼성전자(005930) 나 SK하이닉스(000660) 등 화주 입장에서는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운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항공사는 3~5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만큼 안정적인 중장기 수익원 확보가 가능하다.
대한항공의 장기 화물계약 비중이 급증한 것은 반도체 업계의 미국 등 해외 운송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들과 잇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LTA를 체결하고 있는데 이와 맞물려 안정적으로 항공 운송 수단을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도 항공화물 장기계약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인 테일러 팹 건설을 마치고 시험 가동을 준비 중이어서 대규모 반도체 장비를 운반해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인디애나에 HBM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어 미국향 반도체 장비 운송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이 건설된 이후에도 장비 소모품 보충과 유지보수(MRO)를 위해 화물 운송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 장비는 운송비용을 낮추는 것보다 운송품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돼 항공으로 운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 업계에서는 항공화물 장기계약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대한항공의 화물 특수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대한항공의 평균 화물운송 운임은 ㎞당 703원으로 지난해 2분기 496원 대비 41.8% 증가했다. 올해 1분기 525원 대비로도 34.0% 가격이 비싸졌다. 이에 2분기 화물 사업 매출은 1조 5419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1조 554억 원 대비 46.1%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 밸리카고도 활용…온라인 서비스도 도입
대한항공은 7월부터 미국의 디지털 화물운송 플랫폼 기업인 프레이토스의 시스템과 연동한 온라인 화물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화물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유럽·북미발 아시아행 주요 노선에 우선 적용된 이 서비스는 화주에게 실시간 운임 조회, 확약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화주가 화물운송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 측 직원과 직접 대면해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간편화한 것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12월 아시아나항공(020560) 과 통합 이후의 화물 부문 사업 확장도 도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의 하부 공간을 활용하는 밸리카고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항공화물 사업의 강자인 대한항공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감을 가져오면 아시아나항공 기존 노선을 활용한 화물 운송이 가능해진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 역량에 아시아나항공의 밸리카고가 더해지면 아시아권에서는 독보적 항공화물 1위 수송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항공화물 초호황의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마트 물류체계 구축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밸리카고가 더해진 뒤 통합 물류 터미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은 이달 중 인천공항 제1터미널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칠 예정이며, 뉴욕 JFK 공항의 전용 화물 터미널 현대화 작업도 내년 7월까지 완료한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 물류의 핵심 거점인 인천과 뉴욕 터미널에 자동화 기능이 적용된 ETV 장비를 투입한다. ETV는 화물 터미널에서 짐을 들어올려 이동시키는 리프트형 이동 장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서버랙과 반도체 등 항공운송 의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품목의 유치를 지속하는 한편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변압기 등 대형 중량 화물 유치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