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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 GDP가 던진 질문

10.09.2026 1분 읽기

한동안 경제 기사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라는 말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설명할 때나 간혹 등장했다.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에서 명목 GDP가 좀처럼 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요즘 한국 경제에서 명목 GDP가 화두다. 올해 2분기 명목 GDP는 1년 전보다 26.4% 늘어 1979년 3분기 이후 47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실질 GDP 성장률은 15.6%였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량보다 금액으로 본 경제 규모가 훨씬 빠르게 커졌다.

수십 년간 GDP를 들여다본 전·현직 ‘한은맨’들에게도 이런 모습은 낯설다. 과거에는 물가가 워낙 높았다. 가격이 오른 만큼을 빼고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했다. 최근에는 물가가 낮아 명목 GDP와 실질 GDP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두 지표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성장을 가격 효과로만 볼 수도 없다. 2분기 총영업잉여가 전 분기보다 18.5% 늘었다.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인 돈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기업은 번 돈으로 설비를 늘리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법인세를 내고 성과급과 배당도 지급한다. 정부와 가계의 소득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소득이 늘어난 만큼 투자와 소비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부 역시 늘어난 세수를 산업 전환과 R&D, 인력 양성에 얼마나 잘 쓰느냐가 중요하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을 걱정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한국 반도체의 앞날을 두고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금은 정반대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고 국민소득까지 밀어 올리고 있다.

물론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가격이 내려가면 지금의 명목 성장률도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늘어난 기업소득과 세수를 설비투자와 R&D, 인력 양성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래야 가격 상승으로 커진 경제가 생산성 향상을 지속할 수 있다. 명목으로 커진 경제를 체감할 수 있는 성장으로 바꾸는 것, 이제 정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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