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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처럼…중기 ‘에이스’ 빼가는 대기업, 결합심사 받는다

09.09.2026 1분 읽기

대기업들이 유망 스타트업의 핵심인력을 빼내는 방식으로 기업결합심사 등 공정거래법을 우회하는 이른바 ‘애크하이어(acqui-hire·인수와 채용의 합성어)’가 전면 금지된다. 표면적으로는 인력의 이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업 인수합병(M&A) 효과를 내는 꼼수 취득을 막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기업결합의 신고요령’ 개정안을 30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현행 법상 지금까지는 회사 지분이나 사업체를 직접 인수하지 않은 거래를 기업결합으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핵심 인력이 조직적으로 이동해 기존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도 기업 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가 이같은 개정안을 낸 배경에는 미국 빅테크들의 인재 영입 경쟁이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경우 공장이나 장비보다 사람과 기술이 사업의 핵심인 경우가 많다. 창업자와 핵심 연구진 몇 명만 빠져나가도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굳이 회사를 사들이지 않고 일정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핵심 인력과 기술만 확보하는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하면 규제 당국의 전통적인 M&A 심사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플렉션AI의 거래다. MS는 2024년 인플렉션AI를 통째로 인수하는 대신 공동창업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카렌 시모냔을 비롯해 인플렉션AI의 핵심 인력 대부분을 영입하고 동시에 회사의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거래 규모는 6억5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회사를 인수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MS의 인플렉션AI 직원 영입과 관련 계약을 기업결합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인플렉션AI 직원과 기술이 MS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사업의 중요한 부분이 이전된 것으로 본 것이다. CMA는 최종적으로 두 기업의 결합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거래를 승인했다.

구글도 캐릭터AI와 비슷한 거래를 단행했다 . 구글은 2024년 캐릭터AI의 공동창업자 노암 셰지어와 대니얼 드 프레이타스를 영입하고 일부 직원도 채용했다. 동시에 캐릭터AI의 AI 모델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구글이 공시한 거래 대가는 27억 달러에 달했다. 회사를 인수하지 않았지만 창업자와 핵심 인력 및 기술을 한꺼번에 확보한 셈이다.

메타 역시 지난해 데이터 분류 업체인 스케일AI 지분 49%를 약 143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더 왕을 자사 AI 조직으로 영입했다. 스케일AI의 경영권을 통째로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지분 투자와 핵심 인력 영입이 동시에 이뤄졌다.

공정위가 새롭게 기업결합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도 바로 이런 거래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핵심 인력이 조직적으로 이동하면서 인수하는 쪽이 기존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면 ‘영업의 주요 부분’을 넘겨받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을 넘겨받는 거래 대가도 인력 이동에 대한 보상이나 권리 포기에 지급한 돈, 지식재산권 사용료 등으로 범위를 넓혀 폭넓게 살피기로 했다. 또 거래 과정에서 기존 회사가 하던 사업을 접는 등 실제로 사업이 넘어간 효과가 나타났다면 이를 ‘거래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기업결합 신고제도의 틈새에 놓여 있던 새로운 형태의 거래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이 대기업의 공격적인 인수 전략으로 경쟁력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대기업의 기업결합 전략으로부터 벤처기업을 보호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주 위원장은 “K-엔비디아 회사들이 반도체 대기업에 인수될 수 있고, 제약 벤처도 기존 제약회사들에 의해 충분히 인수될 수 있다”며 “우리 벤처기업이 대기업의 공격적·적대적 기업결합 전략에 희생되지 않게끔 기업결합 심사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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