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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삼성 생활’

09.09.2026 1분 읽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의사들은 제각각이다. 전공도 성격도 가치관도 다르지만 밴드로 합주하는 순간만큼은 한 팀이 된다.

요즘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 를 보면 본업 앞에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좀처럼 찾기 힘들다. 성과급 때문에 반도체(DS)와 완제품(DX) 부문이 반목하고,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 임직원이 각자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노조원들 간 갈등도 여전하다.

삼성전자 노사는 5월 총파업 직전 특별 경영 성과급에 합의했지만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들도 성과급이 메모리 사업부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박탈감을 호소한다. 후공정 분야와 반도체 연구소 등 DS 공통 부문 직원들의 반발 또한 적지 않다. 파운드리 업무를 맡던 일부 DS 공통 부문 조직은 지난해 원팀 체제를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로 옮겨졌다. 내년 초 받을 성과급이 1인당 3억 원 이상 줄었다고 한다.

DX 부문은 임금협상이 끝났는데 뒤늦게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적자 위기에 몰린 DX 노조원들은 과거 회사 성장에 기여한 몫을 지금 달라고 떼를 쓰는 실정이다.

각자의 주장에 나름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호황을 맞은 사업부는 성과급을 더 달라고 하고, 부진한 사업부 직원들도 성과 개선에 힘쓰고 있는 데다 분기 100조 원 영업이익을 바라보는 반도체가 어려울 때 회사를 떠받쳤다고 항변한다.

내년 임금 교섭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는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지침을 내놓았다. 노사 간 자율 협상은 가능하지만 파업 등 쟁의행위 대상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측은 성과급 산정 방식과 사업부별 차등 이유를 구성원이 납득할 만큼 설명해야 한다. 노조도 정당한 몫을 요구하되 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주주가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상대 입장을 인정하면서 한 팀으로 더 성장하는 길, ‘슬기로운 삼성 생활’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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