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상승에 장기 채권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캐피털사들이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차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적인 조달 구조에서 차지하는 단기 비중도 높아져 시장 경색 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가 현대캐피탈·JB우리캐피탈 등 24개 캐피털사의 차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의 6월 말 기준 단기 차입 부채는 13조 4424억 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5.4%(3조 5117억 원) 증가했다. 24개 업체 중 절반이 넘는 15곳이 단기차입금이 늘었다.
24개 업체의 총 차입 부채는 지난해 6월 말 174조 36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86조 2916억 원으로 7.1% 늘어났다. 전체 차입 규모에서 단기물 증가 폭이 커지다 보니 단기 차입 의존도는 5.7%에서 7.2%로 1.5%포인트 높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장기물 중에 만기가 1년이 남지 않은 부채도 지난해 6월 말 기준 66조 9276억 원에서 올해 6월 말에는 74조 3561억 원으로 11.1% 불어났다.
단기물 증가는 ‘AA-’급 이상 우량 캐피털사에서 두드러졌다. 14개사의 올 6월 말 단기 차입 부채는 9조 7328억 원으로 1년 전(6조 2155억 원)보다 56.6% 늘었다. 같은 기간 단기 차입 의존도도 4.2%에서 6.2%로 2.0%포인트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AA-’인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단기 차입 부채가 최근 1년 새 1조 4858억 원에서 2조 2706억 원으로 7848억 원 늘었다. 증가액만 따지면 가장 컸다. 금융지주 계열사 중에서는 JB우리캐피탈이 500억 원에서 7800억 원으로, 하나캐피탈이 600억 원에서 4050억 원으로 늘었다.
업계 1위이자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AA+’인 현대캐피탈의 경우 단기 차입 부채가 지난해 6월 말 8364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 4676억 원으로 6312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단기 차입 의존도 역시 2.7%에서 4.5%로 뛰었다.
캐피털사들이 단기 조달을 늘린 데는 장단기 금리 차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AA-’ 등급 여신전문금융회사채 1년물 금리는 지난해 6월 말 연 2.669%에서 올 6월 말 4.034%로 1.36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3년물은 2.968%에서 4.443%로 1.475%포인트 뛰었다. 이에 3년물과 1년물 간 금리 차는 0.299%포인트에서 0.409%포인트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7일 ‘AA-’급 여전채 1년물 금리는 4.035%, 3년물은 4.609%를 기록했다. 두 금리의 격차는 0.574%포인트로 커졌다.
단기 차입 비중이 높아지면 금융시장 변동과 금리 상승에 더 크게 노출된다.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자금을 새로 조달해야 해 시장 경색 시 차환이 어려워지거나 이자 비용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캐피털사의 경우 자동차 할부와 리스 등 장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자산이 많다”며 “이를 단기자금으로 조달할 경우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AA-’급 캐피털사 13곳의 1년 이내 만기 도래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110.1%에서 올 6월 말 102.6%로 7.5%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캐피탈도 같은 기간 130.8%에서 129.3%로 낮아졌다. 아직 100%를 웃돌지만 단기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여분의 유동성이 줄어든 셈이다.
여신 업계는 하반기 장기물 조달 비중을 다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 조달은 당장의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차환 부담이 커진다”며 “하반기에는 장기물 발행을 확대해 조달금리를 미리 확정하고 조달 구조를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