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가 휴머노이드 핵심 기술 개발을 이끄는 직책에 윤장현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선임하며 로봇 사업의 지휘 체계를 완성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내년 초 열릴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2027’에서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노태문 DX부문장 직속 로보틱스(RX)사업추진실의 하드웨어(HW)개발팀장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개발팀장으로 윤 CTO를 선임했다. 윤 CTO는 SW·플랫폼 전문가로 휴머노이드의 인식과 판단,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두뇌인 AI SW 개발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가 윤 CTO에게 휴머노이드 몸체의 구동을 다루는 HW개발팀까지 통합 지휘하도록 한 것은 이례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사업 체계를 일원화해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기계적인 뼈대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SW를 얹는 과거 방식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AI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SW 전문가인 윤 사장에게 개발 전권을 줘 초기 설계부터 AI 알고리즘에 최적화한 맞춤형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RX사업추진실의 지휘 체계를 완성했다. RX사업추진실은 올해 7월 삼성전자 로봇 사업의 컨트롤타워(총괄 조직)로 신설됐다. HW개발팀과 AI SW개발팀 외 전략팀장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주도했던 현대자동차그룹 출신 이동건 부사장, 조작개발팀장으로는 아주대 교수로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해 온 김의겸 상무를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RX사업추진실 주도로 그동안 축적해온 휴머노이드 기술을 고도화해 내년 CES에서 시제품을 공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는 2022년 ‘삼성 봇(SAMSUNG BOT)’ 상표권을 확보했고 2024년 이족 보행의 성패를 가르는 ‘휴머노이드 고관절 설계 기술’을 출원하며 독자적인 하체 구조를 확보했다. 올 4월에는 카메라 비전과 결합해 물체 형태에 따라 손가락 배열을 유연하게 바꾸는 차세대 ‘로봇손’ 특허를 미국에 등록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휴머노이드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의 시장 선점 움직임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의 속도와 물량전에 맞서 삼성전자는 제품 설계부터 AI 두뇌까지 모두 내재화해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의 주도권을 단숨에 쥔다는 게 회사의 구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스마트애널리틱스글로벌(SA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1만 9100대에 달해 1년 새 272% 급증했다. 이 중 97% 이상을 중국 기업들이 장악했다. 점유율 44%를 기록한 애지봇을 포함해 유니트리(31%), 갈봇(5%), 유비테크(4%), 레주(3%)가 1~5위를 석권했다. 상반기 휴머노이드의 70% 이상은 산업·상업용이었다. 중국 휴머노이드가 단순 개발을 넘어 자동차 조립과 부품 라인 등 제조 현장에 도입되며 양산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