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이른바 ‘영끌’ 가구의 연체비율이 0.8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가계의 평균적인 대출 건전성은 개선되고 있지만 영끌족처럼 상환 부담이 큰 계층은 금리 변동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6%를 넘어선 가구는 원리금 상환액이 늘면 소비를 줄인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구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금리 1%포인트 상승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연체비율은 1년 뒤 0.81%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기존 주택보유가구(0.52%포인트)나 과도한 차입을 동반하지 않은 일반 주택취득가구(0.64%포인트) 대비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2023~2025년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아 집을 산 가구 가운데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증가 폭이 상위 10%인 집단을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로 분류했다.
핵심은 같은 금리 충격이라도 빚을 얼마나 무리하게 늘렸는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주택 구입 당시 원리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가구일수록 금리 인상으로 추가되는 상환액을 감당할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어서다. 최근 대규모 대출을 끼고 집을 산 가구가 금리 환경 악화에 상대적으로 먼저 부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금리 민감도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두드러졌다. 한은이 금리 0.25%포인트 상승을 전제로 별도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12개월 뒤 전체 연체비율은 기존보다 0.2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 1분위(하위 20%)는 0.48%포인트, 2분위는 0.4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자·법인대표도 0.32%포인트로 전체 평균보다 충격이 컸다. 재무여력이 부족한 계층일수록 같은 금리 변화에도 더 취약한 셈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가구별 재무건전성이 평균적으로 개선되는 가운데서도 취약계층에 집중된 연체 위험은 완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의 평균 DSR과 주택가치 대비 부채 비율(LTV)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연체자가 한 명 이상 있는 차입가구 비중은 2021년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해 말 3.35%에 달했다. 특히 같은 시점 소득 1분위의 연체비율은 5.45%, 2분위는 4.38%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자영업자·법인대표도 4.47%에 이르렀다.
과도한 차입의 위험은 개인을 넘어 가족 구성원에게 전이될 가능성도 컸다. 한은이 2021~2023년 주택을 취득한 가구를 분석한 결과, 고차입 집단에서 한 명이 처음 연체한 뒤 12개월 이내 다른 구성원까지 추가로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한 비율은 8.8%였다. 이는 기존 주택보유가구(4.6%)의 1.9배였다. 일반 주택취득가구(5.4%)보다도 크게 높았다.
이 같은 상환 부담은 소비 여력도 제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DSR이 46%를 넘어서면 원리금 상환액 증가가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부채보유가구 가운데 이 기준을 초과한 비중은 11.1%였다. 특히 소득 1분위에서는 2021년 11.4%에서 지난해 14.5%로 높아졌다. 상환 부담이 취약가구의 소비 여력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평균 지표의 개선만으로 가계부채 위험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기보다 부실 가능성이 어느 계층에 집중돼 있는지 살펴 정책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취약가구의 상환 부담이 연체와 소비 위축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차주의 충격 흡수력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유동성이나 세제, 교통 인프라 등 집값 상승 요인을 해소하지 않은 채 대출 총량만 조일 경우 이미 높은 가격에 집을 산 차주의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가계부채를 총량 규제로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