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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린 빚이 부메랑…금리 오르면 ‘영끌족’부터 흔들

08.09.2026 1분 읽기

금리가 오를 경우 최근 큰 폭으로 빚을 늘려 집을 산 가구의 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도 금리 변화에 취약했다. 전체 가계의 평균적인 대출 건전성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차주들은 금리 변동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구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금리 1%포인트 상승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연체비율은 1년 뒤 0.81%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주택보유가구(0.52%포인트)나 일반 주택취득가구(0.64%포인트)보다 상승폭이 컸다. 연구진은 2023~2025년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아 집을 산 경우 중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증가폭이 상위 10%인 집단을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로 분류했다.

핵심은 같은 금리 충격이라도 빚을 얼마나 무리하게 늘렸는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주택 구입 과정에서 원리금 부담이 급증한 가구는 금리가 오를수록 추가 상환액을 감당할 여력이 빠르게 떨어진다. 최근 대규모 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한 차주가 금리 환경이 악화될 때 상대적으로 먼저 부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셈이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도 금리 변화에 민감했다. 재무여력이 부족한 계층일수록 같은 금리 변화에도 더 취약한 셈이다. 한은이 금리 0.25%포인트 상승을 전제로 별도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12개월 뒤 전체 연체비율은 0.2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 1분위(하위 20%)는 0.48%포인트, 2분위는 0.40%포인트 상승했다. 자영업자·법인대표도 0.32%포인트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실제로 최근 점차 개선되고 있는 가계의 평균적인 재무건전성과 달리 취약계층에 집중된 연체 위험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평균 DSR과 주택가치 대비 부채비율(LTV)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연체자가 한 명 이상 있는 차입가구 비중은 2021년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해 지난해 말 3.35%에 달했다. 특히 소득 1분위는 5.45%, 2분위는 4.38%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자영업자·법인대표도 4.47%에 이르렀다.

무리한 차입의 여파가 가족 구성원에게 번질 가능성도 컸다. 한은이 2021~2023년 주택을 취득한 가구를 분석한 결과 고차입 집단에서는 한 명이 처음 연체한 뒤 12개월 안에 다른 구성원까지 연체한 비율이 8.8%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주택보유가구(4.6%)의 1.9배였다. 일반 주택취득가구(5.4%)보다도 크게 높았다.

이런 상환 부담은 소비 여력도 제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DSR이 46%를 넘어서면 원리금 상환액 증가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부채보유가구 가운데 이 기준을 초과한 비중은 11.1%였다. 소득 1분위는 2021년 11.4%에서 지난해 14.5%로 오히려 높아졌다. 취약가구의 과도한 채무 부담이 연체를 넘어 내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평균 지표만 보고 가계부채 위험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기보다 부실 가능성이 어느 계층에 집중돼 있는지 살펴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취약 차주의 부담이 연체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출 총량뿐 아니라 차주의 충격 흡수력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유동성이나 세제, 교통 인프라 등 집값 상승 요인을 해소하지 않은 채 대출 총량만 조일 경우 이미 높은 가격에 집을 산 차주의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가계부채를 총량 규제로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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