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며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유통·식품업계가 용량과 가격을 동시에 낮춘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동일한 원료를 쓰면서도 용량을 줄이고 단위당 가격까지 낮춰 출시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소용량 제품일수록 단위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업계가 저가 수요를 겨냥해 공격적으로 가격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지난달 2알에 1900원짜리 ‘미니 오리지널 유부초밥’을 출시했다. 기존 스테디셀러인 ‘참치마요 유부초밥’이 4알 42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알당 단가를 1050원에서 950원으로 100원 낮춘 것이다. 3알들이 ‘미니 치즈이불 유부초밥’도 2900원으로 알당 966원이다. 특히 치즈이불 유부초밥의 경우 치즈와 볶음밥 등 추가 부자재가 들어간 제품인데도 참치마요보다 알당 단가가 낮다.
CU에 따르면 미니 유부초밥은 출시 2주 만에 누적 5만 개가 팔리며 같은 기간 참치마요 유부초밥 판매량(3만 개)의 1.7배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참치마요 유부초밥을 넘어설 정도로 미니 유부초밥의 초반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GS25는 지난 7월 기존 대표 치킨샐러드인 ‘빅치킨텐더샐러드’(260g)의 소용량 콘셉트인 ‘한컵 치킨카펠리니샐러드’(135g)을 출시했다. 용량은 기존 제품의 절반 보다 조금 많지만, 가격은 5900원에서 2900원으로 절반 이하로 낮췄다. g당 가격도 22.7원에서 21.5원으로 낮아졌다. GS25 관계자는 “용량을 줄인 만큼 기존 상품 대비 가격 부담도 낮춰 필요한 만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도 지난달 초 ‘프렌치카페 악마의유혹’ 200㎖ 2종을 출시해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기존 250㎖의 용량을 줄인 소포장 제품인데 용량 대비 가격을 더 낮췄다. 권장 소매 판매가는 900~990원대로, 상단인 990원 기준 ㎖당 단가는 4.95원이다. 기존 250㎖ 제품의 권장 소비자가 상단(1299원)을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 가격(5.2원)보다 오히려 낮다. 시장 반응도 좋다. 이 제품은 출시 약 3주 만에 주문량 12만 봉을 기록하며 초도 생산 물량이 모두 소진돼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크기가 작아 농가에서 버려지던 과일(소과)을 상품화해 가격을 5000원 미만으로 낮춰 선보였다. 초저가 자체브랜드(PB) ‘5K프라이스’로 판매 중인 복숭아는 7개들이 한 팩에 4980원으로 기존 상품보다 20% 저렴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부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유지한 채 용량만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으로 뭇매를 맞던 것과는 정반대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점점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유통·식품업계가 가격 및 용량 정책을 전격적으로 수정하는 모습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올라 두 달 만에 3%대로 복귀했다. 생활물가지수는 3.2% 상승했고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근원물가)는 3.4% 올라 2023년 5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필요 이상의 크기나 용량의 제품 대신 소용량을 찾는 수요와 초저가 제품의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원부자재 인상가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보다 다양한 소비 기준을 고려한 제품을 기획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