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은 치솟고 지갑은 얇아졌다. 점심 한 끼가 1만5000원에 닿는 시대, 직장인들은 커피만큼은 2000원짜리를 택하며 하루를 버티고 있다.
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외식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서울도 같은 기간 2.5% 상승했다.
서울 지역 김밥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3723원에서 올해 7월 3869원으로 뛰었고, 칼국수는 1만2500원에서 1만2692원으로 올랐다. 외식업체들은 식재료비 상승(95.0%)과 인건비 인상(77.4%)을 경영 최대 애로로 꼽고 있어 가격 인상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점심값 상승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NHN페이코가 모바일 식권 결제 약 900만건을 분석한 결과 2025년 상반기 수도권 직장인 평균 점심 식비는 9500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평균 6000원과 비교하면 8년 새 58% 오른 수치다.
지역별 격차도 벌어졌다. 삼성동은 1인 평균 점심값이 1만5000원으로 수도권 12개 업무권역 중 가장 높았고, 강남 1만4000원, 여의도·서초 1만3000원이 뒤를 이었다. 잡코리아 조사에서는 직장인 72.2%가 점심값이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47.9%는 실제로 점심값을 줄여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부담이 커진 직장인들은 구내 식당을 선택하거나 편의점 간편식 수요도 늘리고 있다. 업계 조사에서 직장인의 92.4%가 구내식당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구내식당 가격은 대체로 5000~6000원대로 외식보다 절반 수준이다. 국내 주요 급식업계도 올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이 흐름을 뒷받침했다.
절약의 마지막 보루는 커피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2026 카페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메가MGC커피의 주 이용률은 31.9%로 스타벅스(26.1%)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컴포즈커피도 전년 대비 3.7%포인트 오른 14.5%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모바일인덱스 분석에 따르면 메가커피·컴포즈·빽다방·매머드커피랩·더벤티 등 저가커피 5사의 월 결제금액은 2021년 1월 363억원에서 2026년 7월 1916억원으로 5년여 만에 5.3배 불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커피 시장 성장폭(2.6배)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메가커피 아메리카노는 2000원, 컴포즈커피는 1500~2000원대로 스타벅스의 3분의 1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저가커피 성장이 가격 인하가 아닌 구매자 수 증가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를 끊은 소비자가 이동한 게 아니라 원래 커피를 사 마시지 않던 사람들이 매일 한 잔씩 사기 시작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점심값 부담을 줄이는 대신 하루 한 잔의 커피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직장인들의 심리가 2000원짜리 커피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