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로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개인 투자자 포트폴리오도 ‘고금리 체질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저금리와 자산 가격 상승을 전제로 주식·부동산 비중을 키웠던 투자자라면 현금성 자산과 채권의 역할을 다시 점검하고 고평가 성장주나 고부채 기업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창훈(사진) 우리자산운용 경영전략본부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상품 분석과 자산 배분 전략 전문가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과 원·달러 환율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 시점을 국내 안전자산과 해외 우량 자산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리밸런싱 기회로 봤다.
“현금성 자산 30~40%로…예금은 짧게 나눠라”
금리 상승기에는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 저금리 시절에는 주식과 부동산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티나(TINA·There Is No Alternative)’ 심리가 강했지만 이제는 예금만으로도 연 3~4%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CSO는 “위험자산은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할 만한 수익률이 예상되는지를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며 “정기예금으로도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에서는 주식·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이 최소 연 6~7% 이상 뒷받침돼야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이 있는 투자자라면 투자보다 상환을 우선순위에 두는 전략도 유효하다. 한 CSO는 “대출금리가 연 5~8% 수준이라면 웬만한 자산 투자로는 불어나는 이자를 뛰어넘는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며 “이자 비용을 줄이는 게 세후 확정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은 전체 금융자산의 30~40%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은퇴자라면 50% 이상을 예금과 현금성 자산으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예금을 가입할 때도 단기 분할 접근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한 CSO는 “현금성 자산의 30%는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단기 유동성 상품에 두고 나머지 70%는 3개월·6개월·1년 등으로 나눠 가입하는 ‘예금 사다리’ 전략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와 인상된 시장금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면 2~3년 만기 예금으로 갈아타 높은 금리를 고정하는 전략을 권했다.
“채권은 단기부터…성장주보다 금융·배당주”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해 시가평가가 반영되는 채권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의 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보유 상품의 특성과 만기 구조, 즉 듀레이션을 이해하면 손실을 관리하면서 다음 투자 기회도 준비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미 채권형 펀드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라면 일괄 손절보다 보유 자산에 맞춘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한 CSO는 “장기 채권형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될 때까지 변동성이 낮은 단기 채권형 펀드나 MMF로 일부 옮겨 추가 손실을 방어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손실이 누적된 투자자는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확인된 뒤 분할 매수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 이후 금리 인하 국면으로 전환되면 채권 가격 상승이 더해져 원금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채권형 상품에 처음 투자하는 경우에는 단기채에서 시작해 장기채로 옮겨가는 2단계 전략이 유효하다. 한 CSO는 “금리가 오르는 동안에는 가격 변동 위험이 작은 초단기 채권형 펀드나 ETF 중심으로 이자수익을 확보하고, 금리 고점과 인하 기대가 뚜렷해질 때 장기 국채 펀드·ETF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때 높은 금리를 선점하는 동시에 금리 하락기에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개별 기업의 재무 안전성을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자금 조달 비용이 빠르게 뛰는 국면에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부채 한계 기업이 먼저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 기대에 비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고평가 성장주 역시 할인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한 CSO는 “고부채 기업과 고평가 성장주는 포트폴리오에서 우선 점검해 하방 위험을 줄여야 한다”며 “개별 종목보다 금융주·배당주 펀드나 섹터 ETF 등 간접투자로 분산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은행주, 현금창출력이 높은 고배당 가치주,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우량 기업 중심 상품이 대안으로 꼽힌다.
“국내 60·해외 40…주식은 환노출, 채권은 헤지”
국내 금리는 오르는 반면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내려왔다. 국내에서는 예금과 우량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커졌지만 해외 자산은 원화 기준 매수 부담이 낮아진 상황이다. 한 CSO는 “‘국내 자산 60%, 해외 자산 40%’ 배분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먼저 국내 자산은 정기예금과 우량 회사채, 금융·고배당 펀드 등으로 고금리 시기 안전지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나머지 해외 비중은 그동안 고환율 부담으로 진입을 미뤘던 투자자들에게 특히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해외 주식의 경우 미국 10년물 금리가 4.8% 수준까지 도달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등 고밸류에이션 주식의 할인율 부담이 커진 상태다. 이에 한 SCO는 “ 성장주에 과도하게 집중하기보다 S&P500 등 다양한 산업군에 분산된 지수형 상품이나 배당 가치주 펀드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미국 채권 자산의 매력도가 대폭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 단기 국채와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함께 편입해 이자 수익과 리스크 분산을 동시에 도모하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제시했다.
환율 전략은 자산 성격에 따라 나눠야 한다. 해외 주식과 ETF는 환노출형이 적합하다고 봤다. 한 CSO는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위기 국면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환차익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일부 완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외채권은 환헤지형 상품이 원칙에 가깝다. 한 CSO는 “채권은 원래 안정적인 이자 수익과 가격 변동의 제한이 목적인 자산”이라며 “연 4~5%의 채권 수익을 기대하고도 환율이 5~10% 떨어져 환차손을 보면 투자 목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은 환노출로 위기 대응력을 확보하고, 채권은 환헤지로 이자수익을 지키는 식으로 자산별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원의 머니 트레이스(Money Trace)’는 금융권 자산관리 전문가를 통해 투자 흐름을 추적하는 코너입니다. 시장 변화에 따라 돈이 어디로 움직이고, 투자자들이 어떻게 자산을 배분하는지 살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