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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같은 울림’ 세계적 홀…임윤찬·조성진 서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05.09.2026 1분 읽기

운하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뮤지엄플레인(박물관 광장)이다. 고흐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 중 하나인 반 고흐 미술관과 렘브란트의 ‘야경’,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등을 소장한 국립미술관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또 하나의 명소가 1888년 문을 연 로열 콘세르트헤바우다.

세계적인 콘서트홀로 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는 뛰어난 음향뿐 아니라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내부 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계 정상급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상주 공연장이기도 하다. 이름을 공유하지만 공연장과 오케스트라는 별개의 조직이다.

최근 K클래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곳 무대에 서는 한국 음악가도 부쩍 늘고 있다. 지난 8월 30~31일에는 7~8월 두 달간 이어진 여름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장식했다. 네덜란드 출신 스타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이끈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협연했고, ‘오징어 게임’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정재일의 ‘인페르노’도 연주됐다. 둘째 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는 소프라노 최지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손지훈 등 한국 성악가들도 무대에 올랐다.

한국 클래식 스타들의 무대는 계속된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이달 19일과 21일 네덜란드 필하모닉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조성진은 이달 23~25일 사흘 연속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호흡을 맞춘다. 요아나 말비츠의 지휘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특히 25일에는 젊은 관객을 겨냥한 ‘에센셜스’ 공연 무대에 선다. 내년 4월 7일에는 세묜 비치코프가 이끄는 체코 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다시 콘세르트헤바우 메인홀 무대에 선다.

임윤찬은 내년 이곳을 두 차례 찾는다. 올해 1월 야쿠프 흐루샤가 지휘한 RCO와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RCO 데뷔 무대를 가졌고 두 차례 공연이 매진되는 등 호응을 얻었다. 내년 1월 7일에는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RCO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다시 만난다. 콘세르트헤바우는 당시 데뷔를 ‘센세이셔널(sensational)’했다고 평가하며 재협연을 소개했다. 3월 14일에는 메인홀에서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하며 이곳에서 첫 독주회를 갖는다. 조성진 역시 내년 4월 체코 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콘세르트헤바우에서는 연간 800회 안팎의 콘서트가 열린다. 공연 공간은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서는 메인홀을 비롯해 실내악 중심의 리사이틀홀, 지하의 합창홀(Choir Hall) 등으로 구성된다. 리사이틀홀은 425석 규모다.

이곳을 세계적인 공연장으로 만든 핵심은 단연 음향이다. 시몽 레이닝크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총괄이사는 최근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우리 홀은 정확성과 따뜻함이 독특하게 결합돼 있다”며 “무대 위 각각의 악기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매우 잘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소리를 마치 벨벳 같은 층이 감싸고 있다. 이런 따뜻함이 콘세르트헤바우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했다.

콘세르트헤바우는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미국 보스턴 심포니홀과 함께 뛰어난 음향으로 이름난 공연장이다. 하지만 세 곳의 소리는 서로 다르다. 레이닝크 총괄이사는 무지크페라인에 대해 “경이로운 홀이지만 콘세르트헤바우보다 규모가 작다”며 “베토벤과 모차르트, 하이든, 초기 브람스 연주에 특히 뛰어나지만 말러나 쇼스타코비치 같은 대편성 작품에서는 지나치게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적 설계로 지어진 보스턴 심포니홀에 대해서는 “매우 명료하고 정확한 소리가 난다”라면서도 “콘세르트헤바우보다는 따뜻함이 조금 덜하다”고 평가했다.

독특한 울림의 비결 중 하나는 무대 뒤쪽 구조다. 다른 공연장에서는 무대 뒤 벽에 부딪힌 소리가 곧바로 객석으로 반사되는 반면 콘세르트헤바우는 오케스트라 뒤쪽에 공간이 있어 소리가 뒤로 퍼져나간다. 풍성한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대신 연주자에게는 까다로운 무대다. 레이닝크 총괄이사는 “제1바이올린 연주자가 더블베이스 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려울 정도”라며 “서로를 믿고 지휘자를 정확하게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음향이 처음부터 치밀한 과학적 계산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스턴 심포니홀이 당시 음향학 지식을 총 동원해 지어진 것과 달리 콘세르트헤바우를 설계한 건축가 돌프 판 헨트는 콘서트홀을 지어본 경험이 없었다. 그는 라이프치히의 옛 게반트하우스와 빈 무지크페라인을 참고했고, 설계 과정에서 건물의 비율을 수정했다. 이후 오르간 설치와 무대 뒤 객석 변화 등 여러 요소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음향이 완성됐다. 레이닝크 총괄이사는 이를 “운 좋게 한 번에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골프로 치면 홀인원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음향이 섬세한 만큼 작은 변화에도 신중하다. 홀에 새로 페인트칠을 할 때조차 페인트 종류가 소리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다. 레이닝크 총괄이사는 “막 페인트칠을 했을 때는 먼지가 사라져 소리가 조금 더 밝고 선명하지만 몇 년이 지나 먼지가 쌓이면 소리가 다시 부드러워진다”고 설명했다. 관객도 음향의 일부다. 빈 메인홀에서 처음 연주하는 음악가들은 긴 잔향 때문에 “욕실 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2000명 가까운 관객이 들어차면 음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름옷과 두꺼운 겨울옷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메인홀에서 음향과 시야를 함께 고려한 명당으로는 2층 발코니 중앙부가 꼽힌다. 네덜란드 왕실과 주요 귀빈들이 앉는 자리도 이곳이다. 반면 무대가 높은 탓에 1층 맨 앞쪽에서는 연주자의 모습이 일부 가려질 수 있다.

실내악이 주로 열리는 리사이틀홀 역시 ‘숨은 보석’이다. 츠베덴은 청소년 시절 이곳에서 열린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뛰어난 음향을 갖춘 공간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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