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전 5개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를 통합한 뒤 전체 인력의 25%를 지역재생에너지본부에 분산 배치하기로 했다. 회사 통폐합 이후에도 인력과 재무구조 효율화를 위한 별도 목표는 잡지 않기로 해 공공기관 개혁이 반쪽짜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발전공기업 구조 개편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통합 상세 방안을 공개했다. 현재 5대 발전사의 본사 총 인력은 약 2400명인데 이 중 1800명을 통합본사에 배치한다. 통합본사에는 △재생에너지본부 △정의로운전환본부 △기획관리본부 △안전기술본부가 설치된다. 정부는 통합법인을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약 10개월간 통합법인 출범 절차를 밟는다. 통합법인은 한전 자회사 성격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 틀로 한다.
통합법인의 본사 소재지는 현재 사용 중인 5곳의 본사 건물 중 하나를 증축하는 방안과 제3지역을 선정하는 방안 모두를 열어놓고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본사 소재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과 연계해 노사정 간 협의를 바탕으로 결정하게 된다”며 “주요 전력 공기업과의 연계, 정의로운 전환이 미치는 영향, 정주 여건을 두루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은 600여 명은 3~4개 권역에 신설되는 지역재생에너지본부에 분산 배치된다. 본사의 재생에너지본부는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나 해상풍력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맡고 지역재생에너지본부는 소관 지역의 소규모 분산전원의 확대를 책임지는 형태다.
정부가 150~200명 규모의 지역재생에너지본부를 설치하는 것은 통합법인 본사 소재지가 어디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현재 본사 소재지인 부산·울산·경남 진주·충남 태안·충남 보령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과 충청권에 지역재생에너지발전 본부가 설치되면 현재 본사 건물 중 2 곳은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 1만 10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5개 발전사의 지역 조직은 일단 현행대로 유지한다. 사실상 본사 인력 일부를 제외하면 5대 발전사 인적 구조 대부분은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이 같은 단순 통합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 개편이 필요해 분리했던 정부 기업을 다시 모으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덩치가 커지면서 경영 효율이 높아질 구석은 찾기 어려운 반면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가능성만 생긴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도 “모회사·자회사 관계임에도 종종 갈등을 빚고 있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이의 관계가 한전과 발전사 통합법인 사이에도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5대 발전사뿐 아니라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통합 방안 자체가 인력 구조조정이나 비용 효율화를 전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번 통폐합은 과거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며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관 간 융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이나 방만 경영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통폐합에 따른 비용 절감 규모에 대해서도 “정책 자체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별도로 추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합 방안의 명칭이 ‘다이어트’임에도 효율성 증대와 비용 절감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은 무책임한 관료주의와 정치적 구호의 결함”이라며 “더구나 예산 투입을 줄이거나 새로운 공공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비전도 없어 무엇을 위한 통폐합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통폐합 과정에서는 직원들의 이주부터 간판갈이까지 다양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며 “국민들이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면 이 같은 비용을 지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