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 농업예산을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려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농업 관련 기금에 쌓인 3조 원대 빚을 정리해 재정 운용의 숨통을 틔우고 소득·가격·재해·소멸의 ‘4중 안전망’에 재정을 집중해 농가 경영부터 농촌 주민의 삶까지 함께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4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편성한 2027년도 예산안은 22조 2215억 원으로 올해보다 2조 853억 원(10.4%) 늘었다. 올해 처음 20조 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22조 원대로 올라선 것으로 예산 규모는 역대 최대이며 증가액과 증가율은 모두 2000년 이후 가장 크다. 정부는 늘어난 농어촌특별세를 농업·농촌에 전액 투입하고 기존 사업 2조 7600억 원을 재편해 재원을 마련했다.
예산 규모만큼 눈에 띄는 변화는 기금 구조 개편이다. 정부는 농지관리기금과 농산물가격안정기금, 자유무역협정(FTA)기금을 내년 1월 ‘농업발전기금’으로 합친다. 기금별로 돈이 나뉘어 있어 한쪽에 여유 자금이 있어도 다른 쪽의 급한 사업에 쓰기 어려웠던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부족한 사업비를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리면서 원금과 이자 부담이 불어나는 문제도 손본다.
정부는 통합 대상 기금과 축산발전기금에 쌓인 채무 3조 1000억 원을 상환한다. 공식 예산과 별도로 채무 상환까지 감안한 실질 재정 투입 규모는 25조 3081억 원으로 올해보다 25.7% 늘어난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업발전기금에는 농특세를 투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지출 규모도 올해 5조 5000억 원에서 내년 6조 3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사업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기금의 자체 재원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며 “기금 간 칸막이를 낮춰 재원을 필요한 곳에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늘어난 재정은 소득·가격·재해·소멸의 ‘4중 안전망’에 집중된다. 공익직불 예산을 처음 3조 원대로 늘려 농가소득을 뒷받침하고 91억 원 규모의 농산물 가격안정제도 새로 도입한다. 주요 농산물의 평균 가격이 기준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재해에 대비한 농업재해보험과 풍수해보험 예산은 7769억 원에서 8313억 원으로 늘린다. 민간 보험이 다루기 어려웠던 4개 작물에는 77억 원을 들여 ‘농작물 준보험’을 도입하고 농작업 중 사고를 보상하는 농업인 안전재해 보장도 산업재해보험 수준으로 높인다.
농촌소멸 대응에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투입된다. 관련 예산을 2341억 원에서 1조 1658억 원으로 약 5배 늘리고 대상 지역도 17개 군에서 35개 군으로 확대한다.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국고보조율은 40%에서 50%로 올린다. 주민 소득을 보태면서 지급액이 지역 상점에서 쓰이도록 해 농촌 경제에 돈이 돌게 하려는 취지다.
김 차관은 “농특세 증가로 확보된 재정 여력을 농업·농촌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충실히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