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페이스북이 타임라인에 ‘장기기증 희망자’ 상태를 표시하고 공식 등록 페이지로 연결하는 기능을 선보이자 신규 등록자가 하루 만에 평소의 21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의 사업보다 민간 기업이 이끄는 캠페인이 장기 기증 참여 유도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4일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미국 44개 주의 온라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관련 기능을 도입한 2012년 5월 1일 하루 동안 1만 3054명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이는 기능 도입 전 하루 평균 신규 등록자 616명의 21.1배에 달하는 규모다. 조지아주는 109배까지 치솟았고, 시행 12일째에도 등록 건수가 평소의 약 두 배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이 직접 신청을 접수하거나 개인정보를 관리한 건 아니었다.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기증 결정을 보여주고, 비영리단체 ‘도네이트 라이프 아메리카’와 협력해 이용자를 각 주정부 등록망으로 연결을 뿐이다.
기능 도입 첫날 페친에게 자신의 기증 의사를 공개한 이용자는 5만 7451명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지인의 기증 결정을 확인한 이용자들이 장기기증을 낯선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회적 행동으로 받아들였고, 관심이 생긴 순간 별도로 검색할 필요 없이 곧바로 공식 절차를 밟도록 설계한 점이 등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공익광고가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데 머물렀다면 ‘정보 노출→지인의 참여 확인→공식 등록’ 과정을 한 화면 안에서 연결해 단계별 이탈을 줄일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작년 말 미국의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1억 70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성인 인구의 약 58~60%에 달하는 규모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작년 3월 기준 누적 기증 희망 등록자가 271만 2000여 명으로 전 국민의 5.3%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제1차 장기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을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률을 2030년까지 6.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등록기관을 기존 462곳에서 904곳 이상으로 늘리고, 주민센터와 도로교통공단·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SNS나 카카오톡·네이버 같은 민간 플랫폼을 국가 등록망에 직접 연결하는 방안은 종합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미등록자보다 실제 기증 단계에서 가족 동의율이 높게 나타난다”며 “SNS 등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기증 정보와 희망등록 사실을 공유할 수 있게 하면 등록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가족 간 대화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