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났는데 심장에 구멍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는 눈앞이 캄캄해진다. 하지만 선천성 심장병이라고 해서 모두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멍의 위치와 크기, 아이의 증상에 따라 자연적으로 작아지는지 지켜보기도 하고, 가슴을 열지 않고 카테터를 이용해 막기도 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최근에는 겨드랑이 아래를 작게 절개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수술이 어린 영아까지 확대되고 있다.
30년 가까이 국내 소아·선천성 심장병 수술에 매진해온 이창하 부천세종병원 진료부원장(심장혈관 흉부외과)은 5일 저녁 9시 서울경제TV ‘지금, 명의’에 출연해 “선천성 심장병은 정상적인 심장과 혈관의 연결 구조가 다른 경우가 많고, 아기의 심장과 혈관 자체가 매우 작아 수술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수술법뿐 아니라 인공심폐기, 마취, 수술 전 진단과 수술 후 중환자 관리가 함께 발전하면서 치료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신생아 1% 안팎 발생…가장 흔한 건 ‘심장에 구멍’
선천성 심장병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나 주변 혈관의 구조에 이상이 있는 질환이다. 전체 신생아의 약 1%보다 조금 적은 수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질환은 심장의 좌우를 나누는 벽인 ‘중격’에 구멍이 생기는 심방중격결손과 심실중격결손이다. 심방 사이에 구멍이 있으면 심방중격결손, 심실 사이에 있으면 심실중격결손이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심장에 구멍이 있는 병’이라도 치료법은 다르다. 심방중격결손은 구멍이 작고 증상이 없다면 지켜볼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해도 최근에는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넣어 특수 기구로 구멍을 막는 치료가 많이 시행된다. 반면 심실중격결손은 구멍이 크면 생후 일찍부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구멍이 자연적으로 작아지는 경우에는 경과를 관찰하지만, 크기가 크고 아이에게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면 어린 나이에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생후 2~3개월 아기도 겨드랑이 4㎝ 절개해 수술
선천성 심장병 수술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심장 수술은 가슴 중앙의 흉골을 절개하고 벌려 심장에 접근한다.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방법이지만 성장한 뒤에도 가슴 앞쪽에 수술 흉터가 남는다는 부담이 있다.
최근에는 수술이 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가슴 중앙 대신 오른쪽 옆 가슴이나 겨드랑이 아래 갈비뼈 사이로 접근하는 최소침습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겨드랑이 아래로 접근하면 팔을 내렸을 때 상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심실중격결손에서도 최소침습 수술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 부원장은 “4~5㎏ 정도의 어린 아기에게서도 겨드랑이 아래쪽으로 접근해 수술하고 있다”며 “앞가슴으로 들어가는 수술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고, 수술 후 상처가 잘 보이지 않아 보호자의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절개 길이는 통상 약 4㎝다. 이를 통해 심장에 접근한 뒤 심실 사이 구멍에 패치를 덧대 봉합한다.
수술 장비들도 발전해 선천성 심장병 치료 성적을 높이고 있다. 심장 내부를 수술하려면 수술 중 심장을 잠시 멈춰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인공심폐기다. 아기의 심장과 인공심폐기를 연결해 수술하는 동안 기계가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신한다.
과거에는 작은 아기에게 인공심폐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부담도 컸지만 기기와 환자 감시 기술이 발전했다. 수술 중에는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의 상태도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이 부원장은 “인공심폐기와 각종 모니터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3㎏ 정도의 어린 아기도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수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아 심장수술 역시 출혈이나 감염, 부정맥, 심장기능 저하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드물게는 뇌 손상이나 사망 위험도 있다. 다만 이 부원장은 “과거와 달리 의료 술기와 각종 장비가 발전하면서 어린 신생아에게서도 큰 합병증 발생 위험이 많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수술 끝났다고 치료 끝 아냐…성인까지 추적관찰 필요
수술 후에는 장기적인 추적관찰도 중요하다. 어린 시절 수술이 잘 됐더라도 성장하면서 심장 구조나 기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어린 시절 심장수술을 받은 뒤 오랫동안 검진을 받지 않다가 성인이 돼 검사에서 심장 기능 저하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심장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이 부원장의 설명이다. 치료 후 상태가 안정됐다면 대부분 또래 아이처럼 뛰어놀고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오히려 부모가 심장병을 이유로 지나치게 활동을 막는 것이 아이의 생활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 부원장은 “아이가 평소와 달리 힘들어하거나 잘 먹지 못하고 성장이 더디거나, 입술과 손발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난다면 심장 이상 가능성을 한 번쯤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천성 심장병이 생긴 것을 부모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모의 잘못으로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수술과 치료를 잘 받은 뒤에는 아이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