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장은 다른 사람의 몸에서도 스포르트를 위해 뛸 것입니다. 당신의 눈은 계속 우리 팀의 경기를 지켜볼 것입니다.”
브라질의 프로축구단 스포르트 클루브 두 헤시피가 2012년 지역 장기이식센터와 광고 회사 오길비브라질과 함께 시작한 ‘불멸의 팬(Immortal Fans)’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다. 이들은 축구 팬이 장기를 기증하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신체의 일부가 다른 사람의 몸에서 살아 움직이며 응원 팀과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구단 전용 장기 기증 카드를 만들었다. 구단과 축구 팬 사이에 이미 형성된 신뢰와 소속감을 활용해 장기 기증을 낯설고 두려운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팀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선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본인이 생전에 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사후 기증 과정에서 가족의 승인이 필요하다. 엄밀히 구단이 발급한 카드는 법적 효력을 갖춘 장기 기증 등록증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기획 단계에서도 그 자체로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늘리기보다는 축구 팬이 자신의 기증 의사를 가족에게 공개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도록 돕는 매개체로 설계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주최 측에 따르면 캠페인 이후 스포르트의 홈구장 수용 인원을 웃도는 5만 1000여 명이 장기 기증 카드를 발급받았다. 캠페인 시행 1년 만에 구단 연고지인 페르남부쿠주의 장기 기증 건수는 54% 증가했다.
영국은 특정 구단의 팬덤을 넘어 프로스포츠 전체를 장기 기증 캠페인의 매체로 활용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산하 혈액·장기이식관리청(NHSBT)이 2015년 프로축구 구단들과 함께 시작한 ‘사인 포 라이프(Sign for Life)’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선수와 계약한다는 의미의 ‘사인(sign)’을 장기 기증 등록 서명과 연결하자고 제안했다. 첼시와 맨체스터시티, 에버턴, 크리스털 팰리스, 애스턴 빌라 등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물론 챔피언십과 리그원 소속 구단들도 힘을 보탰다. 각 구단은 경기 프로그램과 전광판,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에게 등록을 권하고 자신의 의사를 가족에게 알리도록 독려했다. 이듬해에는 축구·럭비 구단과 스포츠단체 40곳으로 참여 범위가 확대됐고 경기장 광고와 선수 인터뷰, SNS 게시물 등으로 캠페인이 이어졌다.
스코틀랜드의 명문구단인 레인저스는 선수의 등번호를 가족 대화의 열쇠로 활용했다. 당시 등번호 7번이던 니키 로와 함께 “나는 장기 기증자가 되고 싶다(I’d like to be an organ donor)”는 일곱 단어를 가족에게 말하도록 권하는 ‘7 Word Campaign’을 진행한 것이다. 한 명의 기증자가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들은 등록자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생전 기증 의사를 가족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데 목적을 뒀다.
미국의 인기 자동차경주대회인 나스카(NASCAR)에서는 ‘움직이는 추모의 벽’이 등장했다. 프로 카레이서이자 레이싱 팀 오너였던 조이 게이스가 어머니의 장기 기증을 계기로 기증 활성화 캠페인을 시작하면서다. 그는 기증자들의 사진과 이름, 유가족이 남긴 메시지를 차량에 싣고 경기에 출전했고 경기장에서는 팬들을 공식 기증 등록 페이지로 연결했다. 2021년에는 사고로 숨진 뒤 장기를 기증한 전설적 드라이버 데이비 앨리슨의 등번호였던 28번 차량을 다시 달리게 했다. 유명 선수의 죽음을 비극으로만 기억하는 대신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으로 이어진 의미를 팬들과 공유하려는 취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