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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광고엔 ‘덤덤’했지만…SNS 타고 일상 파고든 기증문화

04.09.2026 1분 읽기

페이스북이 장기 기증에 관한 기능을 선보인 계기는 경영진의 판단 때문이었다. 현장 의료인이 장기·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문제를 제기한 후 경영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력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기증 활성화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탔다.

4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장기 기증자(Organ Donor) 등록 기능은 2011년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앤드루 캐머런 존스홉킨스대 이식외과 교수의 우연한 만남이 발단이 됐다. 하버드대 동기인 캐머런 교수는 동창회에서 장기 기증에 찬성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등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수많은 이용자가 일상을 공유하는 페이스북의 접점과 확산력을 활용해보자고 제안했다.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역시 장기이식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의대생이던 연인 프리실라 챈을 통해 이식 대기 환자들의 현실을 접한 데다 멘토였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간이식을 받고 삶을 연장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샌드버그는 1년여에 걸친 개발 기간을 거쳐 이들 기능을 선보였다. 기업의 기술과 고객망이 장기 기증 창구로 변신하자 국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졌다.

페이스북의 성공은 스마트폰, 약국, 진료 포털 등 국민의 일상과 맞닿은 민간 서비스가 생명 나눔의 통로로 활용되는 전환점이 됐다. 애플은 2016년 출시한 iOS(아이폰 운영체제) 버전 10.0부터 기본 ‘헬스’ 앱에 장기 기증 등록 신청 메뉴를 넣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별도 홈페이지를 찾아가는 대신 간단하게 비영리단체 ‘도네이트 라이프 아메리카’가 관리하는 미국 국립 장기 기증 등록소에 장기·안구·조직 기증자로 등록할 수 있다.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는 애플이 보관하지 않고 국가 등록망으로 곧바로 전송된다. 민간기업이 고객과의 접점과 기술력을 십분 활용해 공익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애플은 서비스 도입 당시 “미국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12만여 명이며 10분에 한 명꼴로 새 환자가 대기 명단에 추가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 산하 보건자원서비스국(HRSA)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미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10만 9817명이다. 10여 년 전보다 대기자는 줄었지만 여전히 7분마다 한 명이 새로 대기 명단에 오르고 하루 평균 12명이 이식을 기다리다 숨진다.

의료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에픽시스템즈는 병원 진료 현장에 한층 가까운 접점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5월 도네이트 라이프 아메리카와 손잡고 환자용 포털 ‘마이차트(MyChart)’에 장기 기증 등록 기능을 추가한 결과 마이차트를 통한 장기 기증 등록자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2만 명을 넘어섰다. 기존 국가 등록망의 주요 온라인 경로를 통한 월평균 등록자가 1만 1000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비스 도입 이후 6개월 동안 마이차트를 통한 누적 등록자는 13만 명이 넘는다. 마이차트는 환자가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진료 일정을 예약하거나 의료진과 소통할 때 사용하는 서비스다. 환자가 자신의 건강과 질병에 가장 민감해진 순간 기증을 제안하고 즉각 등록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당시 마이차트를 쓰는 의료기관 중 절반만 이 기능을 도입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확산 여지가 더욱 크다고 분석했다. 이들 사례는 기업이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과 플랫폼을 제공하고 공익단체는 등록 절차와 정보 관리를 담당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오프라인 생활 공간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대형 약국 체인 월그린은 2014년부터 매장 안에 장기 기증 상담·등록 공간을 마련했다. 고객이 약을 구입하러 매장에 들어오면 설명을 듣고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곧장 기증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월그린 캠페인 페이지를 통한 누적 등록자는 2023년 기준 2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각 지역의 할리데이비슨 딜러들은 장기 기증 단체와 함께 자선 라이딩을 열어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홍보하고 기금을 모은다. 텍사스의 할리데이비슨 딜러가 시작한 장기·조직 기증 인식 개선 라이딩은 지난해 15회째를 맞았다. 본사 주도의 일률적 캠페인이 아니라 라이더들의 강한 유대감과 지역 딜러망이라는 브랜드 고유의 자산을 생명 나눔에 접목한 사례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는 “장기 기증을 개인의 선의에만 맡기기보다 국민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기증을 생각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더불어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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