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확산에 이어 지방조직을 직접 겨냥하는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비만치료 전략이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특정 부위의 지방이나 지방조직 자체를 선택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C녹십자웰빙(234690) 은 3일 이스라엘 라지엘테라퓨틱스로부터 국내 사업화 권리를 도입한 차세대 지방분해 신약 ‘RZL-012’가 성인 이중턱(턱밑 지방) 환자 대상 중국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기존 지방분해 주사보다 적은 1~2회 투여로 국소 지방 감소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임상에서는 한 차례 치료만으로 투여 84일 시점에 약물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RZL-012는 턱밑 지방 개선 등 주로 얼굴 윤곽 시술에 활용되는 기존 지방분해 주사제와 달리 복부·허벅지·옆구리·팔뚝 등 신체 여러 부위의 국소 지방 감소를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GC녹십자웰빙은 RZL-012의 국내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국내 허가를 위해서는 별도의 개발·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중국 임상 3상 성공으로 후보물질의 개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GC녹십자웰빙 관계자는 “미국 임상 일정에 맞춰 국내 개발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지엘은 미국 임상 2상에서 턱밑과 옆구리 지방 감소에 대한 유효성·안전성을 확인했고, 연내 임상 3상을 본격화한다. GC녹십자웰빙은 지난 6월 RZL-012의 국내 도입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도 지방분해 주사제 ‘브이올렛’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인 ‘ 365mc’와 협력해 브이올렛의 겨드랑이 앞지방 감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중턱 적응증을 넘어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브이올렛은 2021년 국내 허가를 받은 최초의 데옥시콜산 기반 국산 지방분해 주사제로, 지방세포 자체를 파괴해 세포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한국비엔씨(256840) 역시 올해 1월 미국 레이오스가 개발 중인 지방분해 주사제 후보물질 ‘10XB-101’에 대해 한국·대만·베트남 등 9개국 독점 개발·제조·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10XB-101은 성인의 턱밑 지방과 복부 피하지방 감소를 목표로 개발 중인 주사제로 현재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레이오스는 지난달 중국 제약사 차이나 메디컬 시스템 홀딩스와 10XB-101의 중국 지역 기술이전 계약도 맺었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지방분해 주사제 시장은 2024년 38억 달러(약 5조 원)에서 2032년 80억 달러(약 11조 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정 부위에 직접 주사하는 지방분해제를 넘어 지방조직 자체를 표적하는 비만치료제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올릭스는 내장지방을 포함한 체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소간섭리보핵산(siRNA) 기반 비만치료제 ‘OLX501A’를 개발하고 있다. 전임상 시험 결과, 비만치료제 ‘OLX501A’를 투여한 비만원숭이의 내장지방은 투여 49일 후 29.2% 감소해 경쟁 물질 투여군의 10% 감소보다 큰 효과를 확인했다. 올릭스는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계획 제출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뇨병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한 내장 지방 축적 환자를 위해서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