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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정의·노동쟁의 범위 모호…행정 지침만으론 한계

03.09.2026

올해 3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정부가 6개월 만에 두 번째 시행 지침을 내놓았지만 법체계 전반의 구조적 결함까지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 지침만으로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한계가 뚜렷한 만큼 법 자체를 다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일 경영계와 노동법학계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의 가장 큰 문제로는 제2조 제2호의 ‘사용자 정의’가 꼽힌다. 개정법은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지만 구체적 판단 기준을 시행령 등에 위임하는 수권 조항은 두지 않았다. 사용자 해당 여부는 단체교섭 거부 시 형사처벌을 규정한 제90조와 직결되는데도 법 적용 대상자가 책임 범위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원청이 오히려 하청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교섭 의무를 지게 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두 차례 지침을 통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법률상 위임 조항이 없어 시행령 대신 지침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행정 지침은 대외적 법적 구속력이 없어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을 강제할 수 없다. 실제 한화오션 사내식당 하청노조 사건을 놓고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정부 지침과 배치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산업계에서는 행정해석과 사법적 판단이 앞으로도 사건별로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2조 제5호의 노동쟁의 범위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으로 넓혔다. 정부는 이번 지침에서 합병이나 공장 신설, 신기술 도입 등 경영상 결정 자체를 반대하는 쟁의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노조가 경영 판단 자체가 아닌 인력 재배치나 고용 안정 등을 내세워 사실상 같은 결정을 철회하도록 요구하는 우회로까지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가 경영 판단 자체에 사전 동의를 요구하거나 파업으로 이를 철회시키려는 시도는 경영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경영상 판단 사항과 의무적 교섭 사항, 노사 협의 사항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적 공백도 문제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는 원청과 다수 하청노조가 얽힌 다면적 교섭관계를 규율할 특칙이 없다. 경영계에서는 노동위원회가 일부 사업장에서 교섭 단위를 세분화하면서 기존 ‘1사 1교섭’ 질서가 흔들리고 현장 교섭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할 때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지, 원청에 직장 폐쇄 권한을 인정할지, 대체근로 금지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도 명확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란을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행정 지침을 계속 보완하기보다 법률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질적 지배력은 객관적인 판단 지표가 없어 해석 주체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가 지침을 만들어도 법원에서 사건마다 다툼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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