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재추계해 발표한다. 잠재성장률 조정에 따라 중립금리의 변화도 예상된다. 최근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초호황이 우리나라 명목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AI의 생산성 개선효과를 한은이 인정할지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재추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 공개할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 없이 노동력이나 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해 국가 경제가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뜻한다. 중립금리는 이때 경기가 과열 또는 침체되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수준을 말한다.
한은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마지막으로 공개한 것은 2024년이다. 당시 2025~2029년 잠재성장률을 1.8% 수준으로 예측했다. 중립금리는 한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2024년 당시 1.8~3.3% 수준으로 이라고 추정했다.
경제학 원론에서는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가 정비례 관계에 놓여있다고 본다. 잠재성장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생산성이 좋아지면 자본 투자의 예상 수익률이 증가해 돈의 가치(금리)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16년(2.94%) 처음으로 3%밑으로 떨어진 뒤 10년도 안돼 지난해(1.85%)로 1%대로 떨어졌고 2027년에는 1.52%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히 중립금리도 함께 떨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한은이 잠재성장률을 높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이상 저금리·저성장으로 고착화되던 우리 경제에 뉴노멀이 제시될 수 있어서다. 이미 시장에서는 잠재성장률의 2% 반등이 가능하고 이에 중립금리도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 보급에 다른 생산성 향상이 핵심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AI·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해 자연금리(중립금리)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AI로 인한 반도체 가격 급등 및 수출 ·투자 호조를 고려하면 잠재성장률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립금리 인상은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과거보다 높은 기준금리에서도 통화정책이 중립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한은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AI확산이 실제로 생산성을 증가시켰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로 인한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해 임금 소득을 줄이고 소비를 위축시키면 총수요가 약해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생산성을 높여도 소득이 근로자에서 자본가로 이동하면 소비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자연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학계 분석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규제 혁신 등 제도적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며 “AI 자체가 자동적으로 잠재성장률을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특정 방향으로 잠재성장률을 재추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AI가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만큼 장기적인 중립금리나 잠재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딱 한 방향으로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잠재성장률도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추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