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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삼성·SK, 대미투자 6.5배 늘려야 TSMC와 비슷해져

03.09.2026 1분 읽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추가 투자를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양사는 미국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주요 경쟁사인 대만 TSMC에 비해 규모가 작은 데다 후공정·비메모리 중심이어서 미국이 ‘메모리 전공정 팹’ 투자를 콕 집어 요구할 경우 투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관세의 핵심은 설비투자와 관세를 패키지 형태로 연동하는 방식이다. TSMC 등 대만 기업들은 미국에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동안 설비 용량의 2.5배, 건설 후에는 1.5배까지 품목 관세 쿼터를 받기로 약속받은 바 있다.

문제는 대만에 비해 한국 기업의 투자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실제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2650억 달러의 반도체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에 따르면 대만은 여기에 200억~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누적 대미 투자 규모는 각각 370억 달러, 39억 달러에 그친다. 투자액을 대만에 맞추려면 지금까지 투입한 재원의 6.5배를 더 쏟아부어야 하는 셈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관세 합의에서 반도체 분야의 내용이 모호하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지난해 양국이 발표한 합동설명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한국산 반도체에 부과되는 품목관세는 ‘한국의 교역 규모를 초과하는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하기로 했다. 통상 대만이 우리나라보다 반도체 수출금액이 많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를 대만과 같은 수준으로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품목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한국의 집적회로(IC) 수출액은 1490억 달러로 대만(1330억 달러)을 앞질렀다. 대미 수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대만이 한국을 앞서고 있지만 미국이 ‘전 세계 수출’을 기준점으로 잡을 경우 기존 합의가 사실상 무효화될 수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체결한 합의는 고정된 문서라기보다 계속 변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며 “실제 관세율과 무관세 물량, 투자 인정 범위를 놓고 면밀한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반도체 항목을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눠 별도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방식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메모리가 포함된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무관세 허가 물량에 포함될 경우 반도체 관세가 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다른 주력 수출품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에 건설 중인 설비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시설과 파운드리 팹이다.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구축하는 공장은 메모리 후공정을 전담한다. 메모리 제품의 관세를 면제받고 싶다면 메모리 전공정 팹을 추가로 투자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구조다.

반도체 장비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어떤 압박을 하든 메모리반도체가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는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정교한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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