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미국 유학 시절 대학 기업가센터에서 주관하는 어린이·청소년 대상 ‘레모네이드 데이’ 프로젝트를 접해 본 일이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레모네이드 가판대를 세우고 음료를 만들어 팔면서 생산, 마케팅, 회계 처리 같은 기업 활동을 체험하고 기업가정신과 저축·기부 방법 등을 익히는 프로그램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기업 활동에 필요한 목표 설정, 예산 관리, 마케팅, 고객 응대 등을 배우며 실제 창업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대학가 젊은층 사이에서는 ‘모두의 창업’이 관심사인 것 같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에 도전하도록 최대 10억 원 이상을 국가가 투자하는 오디션 방식의 창업 프로그램이다. 사업이 시작된 올해 3월~5월 대학생, 직장인을 중심으로 6만 3000여 명이 도전장을 냈고 청년층이 70%를 차지했으니 흥행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사업 개시 이후 청년층의 ‘창업 의향’이 13.5%포인트 상승하고 ‘창업의 부정적 인식’도 28.8%포인트 감소하는 등 인식 개선에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두의 창업’으로 청년들의 창업 열기가 높아진 것은 분명 사실이다. 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2030 ‘쉬었음 청년’이 사상 처음으로 70만 명을 넘어선 시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연 높아진 창업 열기나 열정만으로 그들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2024년 기업 생멸 통계에 따르면 창업 기업의 생존율은 1년 후 64%에서 5년 후 36%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청년 기업들은 이보다 훨씬 낮은 20∼25% 수준에 불과하다. 2024년 ‘글로벌 엔터프러너십 모니터’ 조사를 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 생태계와 창업 역량은 46개국 중 각각 6위, 27위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창업기회 인식’ 40위, ‘실패의 두려움 인식’ 45위, ‘세상을 바꾸는 창업 동기’ 45위 등 기업가의 인식·활동 부문은 사실상 최하위 수준이다.
한마디로 창업 역량과 환경은 좋아졌지만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 여전히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청년들의 기업가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피상적이고 학창 시절 창업·기업가정신에 관한 체계적 교육 기회도 부족했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청년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영국의 ‘영 엔터프라이즈’, 싱가포르의 ‘예스 스쿨스’ 사례처럼 어려서부터 사업 체험 기회를 많이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도 단순한 ‘개업 지원’을 넘어 기업 성공을 좌우할 ‘기업가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정부 지원이 확대되니 창업 한번 해볼까보다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자는 기업가정신, 벤처 정신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 주도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그러했듯 정부 지원에만 관심 있는 소위 ‘체리피커’ 양산 문제도 풀어야 할 부분이다. 젊은 예비 창업가들이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그들의 이력을 ‘경험 자산’으로 축적하고 정부·민간의 과감한 공동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분담하고 공동 성장을 도모하는 구조가 꼭 있어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청년 창업의 문턱을 낮추고 매력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정책적 도전이다. 기왕에 정부가 청년들의 과감한 도전을 이끌어 낸 만큼 그들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게 다양한 여건들을 면밀히 살피는 일도 국가 창업 시대를 여는 정부의 책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