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과 전문가가 주도하던 도시계획 수립의 관행을 깨고, 시민의 일상에서 출발해 도시 공간의 밑그림을 그리는 실험이 시작된다.
인천시는 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2045년 인천도시기본계획 시민계획단’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도시기본계획은 향후 20년간 인천의 토지 이용과 교통망, 기반시설 배치를 규정하는 최상위 법정 공간계획이다.
이번 계획 수립은 관 주도로 초안을 완성한 뒤 공청회를 거치던 기존의 하향식 절차를 완전히 뒤집었다. 시민 의견을 먼저 모아 숙의와 공론화를 거친 뒤 초안을 마련하는 총 8단계 상향식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앞서 진행한 플랫폼 사전 시범운영에서는 2주간 4007명이 참여해, 과거 공청회 방식(36건) 대비 110배가 넘는 시민 의견을 모으며 실행력을 입증했다.
도시 미래상을 정립할 시민계획단 124명은 공모를 통해 선발됐다. 시는 지난달 지원자를 대상으로 8개 생활권별 성별·연령별 비율과 실제 참석 가능 여부를 종합 검증했다. 참여단에는 청년과 취업준비생,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문화예술 및 사회복지 종사자 등 각계각층이 포진했다.
시민계획단은 이달 1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집중 토론을 벌인다. 도시·주택, 교통·물류, 환경·여가, 산업·경제, 문화·관광 등 5개 분과로 나뉘며, 지역 현안을 다룬 전체 논의 결과는 시·군·구 단위에서 세부 대안을 마련할 330명의 ‘주민계획단’으로 연계된다.
시민 참여 창구도 상시 개방된다. 모바일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생활 속 불편 사항이나 개선점을 지도 위에 직접 입력하면,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시각화해 계획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전문가의 역할도 전면 재조정했다. 약 50명으로 구성된 4개 분과 전문가 자문단은 과거처럼 시민 의견을 심사하는 대신, 시민들이 세운 미래상과 전략을 법적·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한 도시계획으로 다듬는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글로벌 도시계획 모델과의 접목도 추진된다. 인천시는 서울대, 현대자동차, 스웨덴 KTH 왕립공대, 노르웨이 스타방에르대 등 국내외 산학연과 함께 유럽 국제공모(DUT) 과제인 ‘비욘드 15 미닛(Beyond 15 Minute)’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존 ‘15분 도시’ 개념의 한계를 넘어 원도심과 신도시, 농산어촌이 혼재된 인천의 특성에 맞춘 생활권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도시계획의 출발점은 언제나 시민의 일상 공간이어야 한다”며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속 경험과 제안이 2045년 인천의 미래 청사진에 온전히 반영되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