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위험이 비교적 높지 않은 심방세동 환자도 혈전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은 정보영·유희태·김대훈 심장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국내 18개 의료기관의 심방세동 환자 1803명을 분석한 결과 뇌졸중 위험이 중간 정도라도 항응고제를 통해 피를 묽게 만드는 치료를 받아야 뇌졸중, 색전증 등 합병증 발병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좌심방이 제대로 박동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듯이 뛰는 부정맥이다.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 숨 가쁨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방치하면 심장 안에 혈전이 생기고, 이 혈전이 큰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피가 딱딱하게 굳는 것을 억제하는 항응고제가 쓰인다.
현재 진료지침은 75세 이상 고령자나 뇌졸중, 심장 등에서 생긴 혈전이 다른 혈관을 막는 전신 색전증 등의 병력이 있는 심방세동 환자를 뇌졸중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항응고제 치료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반면 고혈압·당뇨병·심부전·혈관질환 가운데 한 가지만 앓거나 동반질환이 없는 고령자는 뇌졸중 중간 위험군으로 간주한다. 항응고제 사용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임상시험이 부족한 탓이다. 항응고제 처방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 있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구팀은 중간위험 심방세동 환자 1803명을 항응고제 복용군 902명 또는 비복용군 901명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2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뇌졸중과 전신 색전증, 주요 출혈, 심혈관계 사망 등 주요 임상 사건은 항응고제 복용군에서 4명 발생해 비복용군(13명)보다 발생 위험이 69% 낮았다.
특히 뇌혈관이 갑자기 혈전으로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나 전신 색전증은 항응고제 복용군에서 1명 발생해 비복용군(10명)과 위험도 차이가 90%가량 벌어졌다. 항응고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주요 출혈 위험은 두 군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뇌졸중 위험요인이 하나뿐인 심방세동 환자도 항응고제 치료로 뇌졸중과 혈전 관련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음을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세계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소개됐고, 저명한 의학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최신호에 실렸다.
정보영 교수는 “뇌졸중 위험요인이 하나뿐인 심방세동 환자도 항응고제 치료를 받으면 주요 임상 사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뇌졸중 중간 위험 환자의 항응고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