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젊은층 사이에서 일본 여행 인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 여행 콘텐츠가 끊임없이 노출되는 데다 엔화 약세로 현지에서 체감하는 물가 부담까지 낮아진 영향이다.
SNS 타고 번진 일본 여행 열풍…6년 새 英 방문객 40% 급증
1일 BBC에 따르면 최근 영국 20~30대를 중심으로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영국인은 48만3157명으로 전년보다 24.8%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40.8% 늘어난 규모다. 올해 들어서도 영국인 관광객 증가 흐름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젊은 여행객들이 일본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도쿄의 도심 풍경부터 음식, 애니메이션, 게임, 전통문화까지 관심 분야도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소로는 SNS가 꼽힌다.
일본을 세 차례 방문한 알렉스 베이커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인기 샌드위치와 간식을 먹는 영상부터 각종 스킨케어 제품 리뷰, SNS에서 화제가 된 식당을 찾는 영상까지 관련 콘텐츠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japantravel’을 검색하면 일본 여행을 다룬 수많은 영상이 노출된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부터 김이 모락모락나는 라멘, 여행 코스 추천, 전통 신사, 도쿄 시부야 교차로 풍경 등을 담은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SNS에서 반복적으로 접한 이미지와 영상이 실제 여행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멘도 쇼핑도 싸다”…엔저에 커진 일본 여행 매력
영국에서 일본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적지 않다. 비수기에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하고 중국을 경유하더라도 왕복 항공권은 약 450파운드(약 85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럼에도 일본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엔화 약세가 자리 잡고 있다. 항공료 부담은 크지만 일본에 도착한 뒤 식사와 쇼핑에 쓰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 젊은 여행객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페이 자와드는 “일본에서는 3~4파운드(약 5500~7400원)면 ‘인생 라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지만, 영국에서는 형편없는 라멘 한 그릇에 20파운드(약 3만7000원)나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쇼핑을 즐기는 여행객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일본을 찾은 샘 코뱃은 “과자와 말차, 옷, 스킨케어 제품을 너무 많이 사는 바람에 여행 가방을 하나 더 사 물건을 가득 채워야 했다”며 “모든 것이 정말 저렴했다”고 전했다.
영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 코스는 도쿄와 교토, 오사카를 연결하는 이른바 ‘골든 루트’다. 일본의 대표 관광지를 한 번에 둘러보기 좋고 도시 간 교통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일정에 따라 나라와 히로시마, 후지산 등을 당일치기로 추가하는 여행객도 많다.
관광객 몰리자 주민 불편 확산…日 곳곳 오버투어리즘 몸살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면서 일본 현지에서는 과잉 관광을 둘러싼 문제도 커지고 있다.
일부 유명 관광지에서는 관광객들의 무질서한 행동이나 주민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가이드협회 여행 가이드인 이즈미 치유키는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들의 무질서가 심해졌다”며 “버스 줄을 새치기하고 큰 여행 가방으로 공간을 차지하는가 하면, 교토 대나무 숲의 나무에 이름을 새기거나 출입 금지 구역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도 봤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후지산 인근 후지카와구치코에서는 관광객들의 무질서한 행동이 반복되자 올해 벚꽃 축제를 취소했다. 도쿄 시부야구 역시 지난 6월부터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다 적발된 사람에게 현장에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SNS를 통해 일본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엔저까지 이어지면서 영국 젊은층의 일본행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관광객이 특정 지역에 몰리면서 발생하는 주민 불편과 관광 질서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일본 관광업계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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