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정치학 석학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3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린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고 인정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1992년 저서 ‘역사의 종말과 마지막 인간’에서 당시 뉴욕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를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경제적 야망만 실현할 인물로 평가한 바 있다.
오는 9월 8일 회고록 ‘마지막 인간의 영역에서’ 출간을 앞둔 후쿠야마 교수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같은 인물들이 폭군이 되기보다 큰 부자가 되는 길을 택할 것이라 믿었지만 단순히 부유해지는 것만으로는 그에게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체제 안에서 부를 쌓는 데 만족할 것으로 봤던 경제 엘리트의 야망이 실제로는 정치권력에 대한 욕구와 결합해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위협하는 단계까지 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트럼프를 비롯한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부상을 자유주의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짚었다. 그는 전작 ‘자유주의와 그 불만’에서도 트럼프와 함께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등을 거론하며 “이들이 선거로 얻은 권력을 사법부·언론·관료제 등 자유주의 핵심 제도를 무력화하는 데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후쿠야마 교수는 현재의 위기가 영구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고 내봤다. 그는 “인류가 자유민주주의의 평화와 번영에 지루함을 느껴 스스로 체제를 흔들 수 있다”며 “하지만 권위주의와 갈등에 지치면 결국 다시 민주주의로 회귀하려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