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네팔 대홍수와 비슷한 양상의 재난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네팔과 우리나라의 지형이나 기후 조건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강원도와 지리산·설악산 등 산악 지역의 계곡 주변에 자리한 펜션과 야영장에서는 집중호우로 급류나 토석류가 발생할 경우 대피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빙하 없어도 안심 못 해”…집중호우가 만드는 급류 위험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난달 31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네팔 대홍수와 관련해 “네팔은 네팔이고 한국은 한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재난이 만들어지는 구조 자체를 보면 사실 네팔이나 한국은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 사고에서 보듯 오랫동안 안전해 보이던 곳이 갑자기 무너졌고 경보를 울려도 대피 시간이 부족했다”며 “이런 재난이 발생하는 본질적인 구조 자체는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네팔처럼 빙하나 만년설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비슷한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급경사 사면을 따라 물이 내려오면서 마을을 덮치거나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원도나 지리산, 설악산 계곡부의 펜션과 야영장 역시 똑같은 협곡 지형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계곡 펜션·야영장도 위험…대피시간 부족 우려
특히 계곡 상류에 짧은 시간 많은 비가 쏟아지거나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급류와 토석류가 하류까지 순식간에 내려올 수 있다. 이 경우 경보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주민이나 관광객에게 주어진 실제 대피 시간은 매우 짧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위에서 경보를 해도 하류에 도달하는 시간이 굉장히 빠르다”며 “토석류가 빠르다면 실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측면에서 네팔이나 한국은 역시 똑같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적인 위험뿐 아니라 피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인공적 요인도 적지 않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태양광 시설과 노후 저수지를 비롯해 강원·경북 지역의 대형 산불 이후 훼손된 사면, 지하차도 등을 재난에 취약할 수 있는 요소로 꼽았다.
최 교수는 “우리 역시 실제 그런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며 “단지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방심할 뿐이지 위험은 언제든 내 주변에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보체계 갖췄지만 “현장 작동 여부 점검해야”
재난 예측과 경보 시스템이 마련돼 있더라도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교수는 “경보 시스템은 충분히 잘 갖춰져 있지만 매뉴얼이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느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사이렌이 울렸을 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훈련이 잘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난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경보 자체보다 경보 이후 실제 안전한 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번 네팔 대홍수가 우리와 다르다고 안심하는 순간,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며 “이번 사고의 본질은 빙하 자체가 아니고 경보가 울린 뒤 사람이 실제로 안전한 곳까지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됐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네팔의 대홍수와 국내 산악지역의 산사태·급류 위험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데 대해서는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에는 네팔과 달리 빙하나 만년설이 존재하지 않고 재난 발생 원인과 지형·기후 조건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번 참사와 국내 산사태 위험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최 교수 역시 네팔과 한국의 지형이나 기후가 동일하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는 빙하층이 없지만 국지성 집중호우와 급경사 지형이 겹치면서 급류나 토석류가 발생하면 경보가 내려진 뒤에도 대피할 시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난이 피해로 이어지는 ‘본질적 구조’가 유사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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