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예산 중 21조 원 이상을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에 투입해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41조 원 이상을 소형모듈원자로(SMR), 양자, 우주, 바이오 등 ‘제2의 반도체’ 후보군을 키우는 데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820조 원에 달하는 역대급 예산안을 마련한 만큼 이를 미래 성장 엔진에 재투자해 성장의 불씨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 이른바 ‘닥치고 공급’을 통한 부동산 상승세를 잡기 위해 주택부문 예산에 역대 최대 규모치인 44조 원을 배정하고 2030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10만 가구 이상을 공급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을 대폭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총력 지원을 위해 내년 21조 3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쏟는다. 올해 예산(10조 8000억 원) 대비 97.2%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2조 6000억 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새로 만든다. 수도권과 서남권을 중심으로 생산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한다. 특히 서남권 반도체 거점 조성에는 4년간 6조 원을 투입하고, 내년에는 1조 5000억 원을 우선 배정한다.
AI 투자도 확대된다. 피지컬 AI 실증·보급을 위한 8개 분야를 새로 선정하고 5000억 원을 투입한다. 제조 현장 숙련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AI에 접목하는 기술 등 핵심 AI 기술 개발 등에도 총 1조 5000억 원을 배정했다.
반도체 이후를 겨냥한 투자도 본격화한다. 정부는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41조 4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차세대 핵심기술 R&D에만 13조 8000억 원이 들어간다. 집중 투자 대상은 이른바 ‘7대 SEED 국가전략 핵심기술’이다. SMR과 핵융합·재생에너지·양자·우주항공·첨단바이오·첨단공급망 등이 포함됐다. 첨단로봇 ·모빌리티 등 ‘NEXT 10대 전략기술’에도 15조 원을 투입한다.
첨단산업 투자가 실제 산업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기반시설인 전력 분야에는 1조 5489억 원, 용수 공급에는 3862억 원을 투입한다. 전력망 확충을 위한 투자도 강화한다. 송전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 5724억 원을 지원하고 한국전력공사 출자금도 5000억 원 늘린다. 첨단산업 지원과 함께 ‘에너지 대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의 관련 예산은 올해 4조 2000억 원에서 내년 6조 6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청년층 지원에도 43조 3000억 원을 쓴다. 올해보다 53.5% 늘어난 수준이다. 청년월세 지원 소득요건을 기준중위소득 100% (내년 월 소득 273만 원) 이하로 완화하는 등 주거 부담을 낮추는 한편 청년미래적금은 소득요건을 폐지해 가입 대상을 넓히고 저소득층·비수도권 청년에게 최대 25%의 정부 기여금을 지원한다. 또 청년의 취업 기회를 늘리기 위해 미취업 청년 대상 청년첫취업지원과 최대 2000만 원 규모의 청년기회자금을 신설한다. 이와 함께 혼인·출산·양육 지원을 강화하고 청년문화예술패스를 19~34세 모든 청년으로 확대하는 등 주거, 자산 형성, 취업, 가족, 문화 전반에 걸쳐 청년 지원을 생애주기별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주택예산에 44조 원을 투입해 주택 공급에도 속도를 낸다. 이는 올해(38조 4000억 원) 대비 14.5%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공적주택 예산이다. 내년에만 30조 원을 배정해 공적주택 공급 물량을 올해 19만 4000가구에서 내년 21만 8000가구로 대폭 늘린다. 이 중 청년 대상 공적 주택이 10만 6000가구를 차지한다. 올해 7만 1000가구에서 3만 5000가구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도심 역세권 등 선호 입지 공공임대주택을 청년에게 공급하기 위해 내년 18조 1000억 원을 배정했다. 올해 예산(9조 40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증액됐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금융 규제도 대폭 완화하고 사업자 금융지원 신규 사업도 대거 반영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주거시설의 사업장 조기 착공 시 금융비용 절감을 지원하는 ‘주거시설 PF대출 이차보전 사업’에 예산 1696억 원이 투입되고, 개발사업 착수 단계에서 공공이 선투자하는 주택사업장 전용 ‘PF 앵커리츠’도 1000억 원을 들여 추진한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닥치고 공급’을 강조한 영향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국무회의를 통해 “온갖 금융 대출 제도는 거의 다 풀다시피 해놨다”며 “공급에 대한 금융 규제는 없다. 금융 대출은 최대한 확장해 놨다”고 강조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역시 “직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채라도 지을 수 있으면 신속하게 발굴해서 최대한 빨리 인허가하고, 착공하고, 건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