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라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며 음악적 서사를 확장해온 그룹 엔하이픈이 데뷔 6년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캣츠아이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는 하이브의 ‘K팝 방법론’이 또 다시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30일(현지 시간) 차트 예고 기사를 통해 엔하이픈의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가 9월 5일 자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엔하이픈이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것은 2020년 데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더 신 : 블리스’는 이번 집계 기간 9만8000장의 앨범 유닛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순수 앨범 판매량이 9만2000장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스트리밍 환산 수치(SEA)는 6000장이었다. 엔하이픈은 2021년 ‘보더 : 카니발’로 처음 차트에 진입한 뒤 ‘로맨스 : 언톨드’와 ‘더 신 : 배니시’로 각각 2위까지 올라섰고, 이번에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다.
K팝 보이그룹 가운데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팀은 방탄소년단,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이어 엔하이픈이 여섯 번째다.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엔하이픈이 데뷔 초부터 일관되게 구축해온 정체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중심으로 욕망과 성장, 사랑과 희생 등의 이야기를 앨범과 영상 콘텐츠로 확장하며 음악 이상의 몰입 경험을 제공해왔다. 단순히 곡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서사를 따라가게 만드는 방식이 글로벌 팬덤의 결속력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성과는 하이브가 방탄소년단 이후 후속 아티스트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발전시켜온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아티스트별 고유한 세계관과 서사를 구축하고 음악·영상·공연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팬덤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최근 하이브의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까지 빌보드 정상에 오르면서 이러한 전략이 특정 아티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 셈이다.
엔하이픈은 올해 북미와 중남미에서 활동 반경도 넓혔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개최 기념 축제와 ‘샌디에이고 코믹콘 2026’ 등에 참여했고, 7월에는 상파울루·리마·멕시코시티에서 월드투어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도 ‘더 신 : 블리스’가 한터차트 기준 209만 장이 넘는 초동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작을 넘어섰다. 특히 희승의 솔로 데뷔로 7인조에서 6인조로 재편한 뒤 처음 선보인 앨범으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엔하이픈의 이번 정상 등극은 단순한 차트 기록을 넘어 세계관과 서사, 팬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온 K팝의 제작 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