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둘러싼 대법원과 여권의 충돌이 조희대 대법원장 부친상으로 일단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 다만 대법원이 대법관 제청권 존중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어 조 대법원장이 조만간 내놓을 공식 입장에 따라 갈등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면 대통령은 수동적으로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각자의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고 답했다. 대법관 제청권을 둘러싼 대법원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전성환 청와대 경청통합수석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기속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대법원과 청와대의 입장차가 이날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다만 이날 조 대법원장의 부친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여당의 공세는 일단 멈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후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 등을 다룰 예정이었던 긴급 현안질의를 취소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공지를 통해 “조 대법원장의 부친상으로 인해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문을 마친 뒤 “대통령께서 직접 오시지 못해서 비서실장을 보낸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다만 대법관 재제청 논란과 관련한 언급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는 게 맞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며 말을 아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조 대법원장에 대한 거명 등을 자제하고 언행 전반에서 최대한 예우를 갖추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영교 법사위원장과 김기표·김남희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빈소를 찾았다.
부친상으로 공방이 잠시 멈췄지만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 여부와 후보추천위 재구성 등을 검토한 뒤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기로 한 만큼 그 내용에 따라 청와대·여권과 대법원 간 공방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감사원이 공개한 대법원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22~2025년 대법관 12명에게 매월 200만 원씩 총 12억 9900만원의 법적 근거가 없는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법원장 취임 시점인 2023년 12월 이전부터 이어진 관행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에 대법관 등에게 정기적으로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