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열풍이 유통업계를 휩쓸고 있다. 포켓폰 트레이딩카드가 재테크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성인 수집가가 몰리고 나이를 뛰어넘는 수요에 명절 선물 세트, 백화점 집객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포켓몬 열기는 원피스·유희왕 등 다른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으로 번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최근 3개월(5월 28일~8월 27일) 포켓몬 카드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검색량도 513% 늘었다. 이미 형성돼 있던 시장이 1년 새 다시 열 배 이상 팽창한 셈이다.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의 지표는 더 가파르다. 올해 1~7월 크림의 트레이딩카드게임(TCG)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8배로 불어났다. 거래량은 약 131배 늘었고 평균 거래금액도 59% 상승했다. 거래 증가세를 이끄는 IP는 단연 포켓몬이다. 지난 7월 크림에서 포켓몬 카드는 전체 TCG 거래액의 77%, 거래량의 88%를 차지했다. 사실상 카드 시장의 성장분 대부분이 포켓몬에서 나온 셈이다.
포켓몬의 인기가 커지자 다른 애니메이션 IP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양새다. 당근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원피스 카드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만 605%, 검색량은 3233% 폭증했다. 절대 규모는 포켓몬이 크지만 증가 속도는 원피스가 압도한다. 크림에서도 7월 원피스 TCG 거래액이 5월 대비 약 6배로 확대돼 전체 TCG 거래액의 20%를 차지, 포켓몬에 이은 2위 IP로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 발매 상품 가운데 발매가 대비 거래가 상승률 1위 역시 원피스 카드로, 발매가의 16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유희왕 카드도 같은 기간 거래량 85%, 검색량 81% 늘며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해외에서는 포켓몬 카드가 일찌감치 수집품을 넘어 대체 자산으로 다뤄져 왔다. 대표적 사례가 유튜버 출신 프로레슬러 로건 폴이다. 그는 2021년 7월 보유 카드 127만 5000달러어치와 현금 400만 달러를 합쳐 총 527만 5000달러(약 73억 원)에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 카드를 사들였다. 1998년 일본 어린이 잡지 코로코로 코믹의 일러스트 공모전 수상자에게 수여된 카드로, 감정기관 PSA에서 최고 등급인 10점을 받은 것은 이 한 장뿐이다. 로건 폴이 이 카드를 목걸이처럼 걸고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무대인 WWE에 등장하면서 ‘카드=자산’이라는 인식은 대중에게 각인됐다.
이 같은 글로벌 수요는 국내 셀러의 관련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베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판매자의 트레이딩 카드 역직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판매량 1위 품목은 ‘포켓몬 카드 한국어판’이었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희소해 프리미엄이 붙는 구조다. 지난해 서울 포켓몬타운 행사에서 무료 배포된 메타몽 프로모 카드는 최고 등급 감정을 받은 뒤 4090달러(약 620만 원)에, 2012년 레쿠쟈 EX 프로모 한국어판은 PSA 10 등급으로 1만 4796달러(약 2260만 원)에 팔렸다.
이같은 포켓몬 수요에 오프라인 유통 채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U는 올해 추석 선물세트에 포켓몬 IP를 활용한 상품 20종을 편성했다. ‘피카츄 사과세트’(2만 9800원) 등 과일·음료 세트 3종과 완구 9종에 더해 ‘잠만보 텐트 패키지’(14만 9000원) 같은 캠핑용품, 골프공 세트까지 구색을 갖췄다. 굿즈에 머물지 않고 명절 선물의 주력 품목인 신선식품과 취미용품으로 IP를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1층 오픈스테이지에서 아케이드 게임 ‘포켓몬태그스타’ 체험 행사를 닷새간 운영했다. 게임기 13대를 투입해 일반 플레이존과 13세 이하 초심자존을 분리 운영했고, 방문객에게 스페셜 태그 ‘피카츄’와 트레이너 ID 카드를 무료로 배포했다. 백화점 1층이라는 최고 입지를 캐릭터 체험 공간에 내준 것은 포켓몬의 집객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방증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게임 콘텐츠를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인기 IP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체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