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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요직 거친 정책통…3%대 성장 속 양극화 완화 숙제

30.08.2026 1분 읽기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후보자로 지명된 후 배포된 서면 메시지에서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향한 대도약을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부분의 부총리 후보자가 임명 당일 어떤 형식으로든 기자들과 만나 포부를 밝히는 것과 달리 절제된 메시지만 낸 것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상사인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아직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메시지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그게 이 후보자의 원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수재들이 모인다는 재경부 안에서도 항상 에이스 관료로 꼽혀왔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전현직 관료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이 후보자는 거시정책 및 금융 분야를 두루 경험한 정통 경제 관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36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인연이 각별하다. 행시 기수는 같지만 나이가 더 많은 김 장관이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장·종합정책과장 등으로 한 걸음 앞서가면 이 후보자가 그 뒤를 바로 따라 요직을 밟아왔다. 김 장관이 두산으로 이직하면서 퇴직한 뒤 사석에서 여러 차례 아쉬움을 드러냈을 정도다. 대를 이어 경제정책과장을 맡았던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김 장관, 이 후보자가 장관직을 동시에 맡고 ‘막내’ 격인 이 후보자가 선임 부총리 자리에 오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재경부 현직 차관이 곧장 부총리에 오른 1호 인사일 정도로 파격이지만 업무 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할 정도로 대내외 신망이 높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내 윤석열 정부에서 한직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차관보와 통계청장을 연이어 맡으면서 능력을 증명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에는 국내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기재부 1차관에 가장 먼저 발탁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정책 핵심 라인에서 중용된 셈이다.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이 주재하는 대미 통상·거시경제 회의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청와대와 경제부처 간 정책 조율을 사실상 도맡아왔다. 강훈식 비서실장도 이날 인선 배경에 대해 당적이나 출신을 넘어 “오직 실력 중심의 인사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조직 내부의 신망도 두텁다. 직원들이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격식보다는 효율과 실무를 중시하고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소통을 통해 실무진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덕장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들은 하나같이 녹록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논란이 된 세제개편안을 수습해야 하고 구조적으로는 반도체 호황의 온기를 중산층과 서민층까지 확산시키면서 물가와 집값을 안정시키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우선 국회에서 ‘2026년 세제개편안’을 마무리해야 한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 공제를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려다 여당과 시장의 반발에 부딪혀 다시 12억 원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정책 설계의 정교함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과의 소통도 회복해야 한다.

대미 통상 관계도 풀어야 할 현안이다. 미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재촉하는 가운데 2000억 달러 전략 투자의 첫 사업을 확정해야 한다. 특히 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용 외화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외환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투자사업의 ‘상업적 합리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더 어려운 과제는 거시경제의 정책 조합이다. 반도체발 성장세는 좋지만 성장세가 내수와 고용 등 경제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않고 있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정책 조정력도 시험대다. 예산과 금융정책 기능이 각각 기획예산처와 금융위원회로 나뉜 상황에서 경제부총리로서 실질적인 조정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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