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1분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직접 거론하면서 채권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금리 인상을 주문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부동산 투기 세력이 유의해야 할 변수로 꼽았다는 점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이 재차 커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통상 정부가 경기 부양과 국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메시지를 내온 것과도 방향이 달라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엑스(X)에 모건스탠리의 한국 성장률 전망 상향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부동산 투기에 관심 가진 분들은 아래 기사 중 6개월 후인 내년 1분기 한국은행 금리 3.5% 예상 부분을 특히 유의하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금리 향방은 쉽게 알기 어렵지만 미국 금리 수준과 한미 양국 금리 관계, 금리 정상화를 가로막던 저성장이 신속하게 극복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으며 관여도 못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결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 가능성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발언 시점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올리며 두 달 연속 인상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와 금융안정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향후 6개월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을 3.25%로 제시했다. 앞으로 네 차례 금통위 가운데 한 차례 정도 추가 인상하는 수준의 ‘완만한 인상 경로’를 예상한 셈이다.
이에 금통위 직후 시장의 긴축 경계감은 오히려 누그러졌다. 신 총재는 당시 “국채금리도 백투백 인상에도 불구하고 약간 내렸다”며 시장이 금리 인상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금통위 당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하락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흘 만에 대통령이 한은 금리 3.5% 가능성을 다시 부각하면서 국고채 금리가 재차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3.5%를 단순한 해외 투자은행의 전망으로 소개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 세력이 유의해야 할 요인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크다. 이 대통령은 같은 글에서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 물건 증가, 낙찰률 등도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한은 풋’과는 반대되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앙은행 풋은 시장이 흔들릴 때 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을 받쳐줄 것이라는 기대를 뜻한다. 이번에는 오히려 대통령이 금리 상승 가능성을 부동산 투기 경고와 연결하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집값이 다시 오를 경우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아 부동산을 잡지 못했다’는 식의 정책 프레임을 정부가 가져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부의 기존 금리 관련 메시지와 비교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정부는 통상 경기와 국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2024년 성태윤 당시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이라고 언급하자 이창용 당시 한은 총재가 금리 결정은 한은이 독립적으로 판단한다는 취지로 선을 그은 전례도 있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반대로 금리 상승 가능성을 부동산 투기 경고의 근거로 직접 제시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금리 인상을 주문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한은이 완만한 인상 경로를 제시하며 시장의 긴축 경계심을 낮춘 직후라 국고채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을 시장에서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