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시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 재분배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김 실장은 29일 페이스북 글에서 “분배와 성장은 대립하지 않는다”며 “ 어렵게 만들어낸 성장의 힘을 바탕으로 국정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 회복의 온기가 늦게 닿는 곳부터 살피고 사람의 가능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재정이 필요하다”며 “ 일자리를 잃는 분들에게는 다음 일자리로 옮겨갈 때까지 소득과 전환을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책 취지는 바람직하나 자칫 현금 지급성 정책으로 흐를까 우려된다. 국민의힘에서는 “ 현금 살포 소비쿠폰을 다시 뿌리겠다는 예고가 아니길 바란다”는 날 선 비판이 나왔다.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는 판에 정부의 확대 재정이 물가를 더 자극할까 걱정이다. 한국은행은 30일자 보고서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 호조와 소비 회복이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근원물가가 2%대 중후반의 높은 오름세를 상당 기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달 27일 물가 불안 등을 이유로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린 바 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28일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현재의 물가 상승률이 우려스럽다”며 2023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이 6월 기준금리를 올렸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견조한 가운데 재정이 과도하게 풀릴 경우 시중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기업 등의 대출이자 부담이 늘고 실물경제에도 충격을 주게 된다. 또 한은은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더 높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은 재정·통화 간의 정교한 정책 조합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재정 확대 정책을 펴더라도 취약 계층 지원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 또 긴축의 시대에 대비해 금융 리스크 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부동산 시장 안정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