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등 당정의 유통 규제 완화 논의가 주춤한 가운데 대형마트의 입지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별도 법안이 발의된 지 닷새 만에 철회됐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20일 전통시장에서 1㎞ 이내의 ‘전통상업보존구역’이라도 실제 생활권이 분리된 경우에는 대형마트 출점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시장 상인들의 반발을 우려해 25일 거둬들였다. 정부와 여당이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역차별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도 올 5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뒤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중소 상인들과 노 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탓이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27일에도 법 개정 추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중소 유통업 보호를 이유로 대형마트들에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입지 규제의 족쇄를 채운 지 14년이 흘렀다. 당정은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와 홈플러스 파산 위기를 계기로 뒤늦게나마 대형마트 영업제한 완화 와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규제 완화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소량 판매 제한 , 상생기금 출연 등 ‘조건부’를 내걸고 있는 데다 그나마 논의도 정체된 상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이유로 새벽배송을 비롯한 야간작업을 월 12회, 주 48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낡은 규제를 풀기는커녕 기업을 옥죄고 근로자의 일할 권리마저 침해하는 더 강력한 족쇄를 덧씌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일상적 소비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유통산업을 옭아매 혁신과 경쟁을 억누르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쿠팡 등 e커머스에 이미 시장 주도권을 뺏긴 대형마트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전통∙골목시장을 살리기보다는 온라인 플랫폼, 외국 대형 할인점 등에 유리하게 작용해 유통 생태계를 왜곡한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됐다. 우리의 유통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려면 비합리적 규제를 조속히 걷어내 온∙오프라인, 토종∙외국 기업이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