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용의료 기업들이 해외 시장 공략 방식을 단순 수출에서 현지 생산·유통망을 직접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대리점에 물건을 공급하던 단계를 넘어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직접 생산·유통업체를 인수해 시장을 직접 관리하는 전략이다. 미용의료 기기의 해외 수요가 커지면서 현지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직영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올해 6월 246억 원을 출자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100% 자회사 ‘파마리서치 프론티어(Pharmaresearch Frontier)’를 설립했다. 기존 미국 법인인 ‘닥터제이스킨클리닉(Dr. J Skinclinic)’, ‘파마리서치 USA(Pharmaresearch USA)’에 이어 6월에 현지 화장품 제조업체인 ‘코스메틱 그룹 USA(Cosmetic Group USA)’ 인수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미국 내 자회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자회사가 늘어나면서 해외 자회사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프론티어 설립은 미국 사업 확대에 따른 현지 자회사 관리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파마리서치는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와 세포라 등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리쥬란코스메틱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생산기반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코스메틱 그룹 USA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부터 물류·유통까지 아우르는 공급망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파마리서치는 올해 2분기에만 미국에서 1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미용의료기기업체 클래시스도 해외 대리점을 통한 간접판매에서 현지 유통망을 직접 보유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클래시스는 올해 3월 브라질 최대 미용의료기기 유통그룹 ‘JL 헬스(JL Health)’ 지분 77.5% 인수를 완료했다. 같은 기간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 유통법인도 100% 인수해 중남미 주요 시장을 직영체제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1만 5000개 이상의 현지 고객 접점을 확보하면서 신제품 출시 시 점유율 확대를 공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제이시스메디칼 역시 해외 대리점에 의존하던 판매구조에서 직접판매 비중을 높이는 중이다. 지난해 미국과 브라질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프랑스와 중국에도 법인을 세우며 주요 시장에서 직접 영업·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K-메디컬뷰티 산업의 해외 진출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평가했다. 해외 매출 규모가 작을 때는 대리점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과 위험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면 유통 마진을 줄이고 가격·재고·마케팅·고객 데이터를 직접 관리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소모품의 반복 구매가 중요한 미용의료기기 특성상 병·의원과의 접점을 직접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매출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생산과 유통망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 시장 대응 속도와 수익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며 “K미용의료 기기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고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지는 만큼 판매 기반을 제대로 구축한 다른 국내 업체들도 주요 국가에서 법인 설립이나 유통업체 인수 등을 통한 직영화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